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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아버지, 만신전으로
<아버지의 책> 우르스 비트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내 귀는 거짓말을 사랑한다> 박후기 지음, 창비 펴냄
프랑스식으로 말하자면, 모든 작별은 작은 죽음이다. 죽음이 남은 자의 마음에 음영을 드리우는 것은 그래서다. 최근,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초상을 줄줄이 치르는 이쪽 입장에서는 그 ‘작은’ 죽음도 사람마다 다른 작음
글: 이다혜 │
2009-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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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물어라, 그러면 얻을 것이니
최근 두어달, 나는 계속 설득에 실패하고 있다. 칼럼의 제안자가 원고까지 쓰는 변태적 시스템의 희생양이 되는 바람에, 당최 남자 손 마지막으로 잡아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 판국에 ‘작업의 순간’같은 제목의 칼럼을 맡게 되어 고통스럽다, 그러니 나를 바꾸건 코너를 바꾸건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라는 요지로 편집장을 설득하고 있는데, 하여튼 계속 실패하
글: 이다혜 │
200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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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전망 없는 밤의 독서
E. M. 포스터에 따르면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뉜다. 전망을 잊어버리는 사람들과 작은 방에 있을 때도 그걸 기억하는 사람들로. 인간이 집에 돌아온 뒤에 또다시 여행을 떠나거나(그 끝은 컴백홈) 사랑의 실패를 겪고도(사랑의 속성상 모든 성공 또한 실패로 귀결된다) 새로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전망을 잊어버리기 때문일까 작은 방에 있을 때도 그걸 기억하기 때문
글: 이다혜 │
2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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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똥밭에 굴러도 ‘여기’보다 낫다고?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이레 펴냄
<그냥 집에 있을걸> 케르스틴 기어 지음, 예담 펴냄
여름이다. 여행과 관련된 책이 쏟아져나온다. 도쿄 골목길에서 느끼는 이른 아침의 호젓함이라든가, 뉴욕에서는 뭘 사야 한다는 호들갑, 앙코르와트 사원 벽에 대고 비밀을 속삭이는 쓸쓸함을 비롯해 실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이
글: 이다혜 │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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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내 단골집 다 어디갔숴?
3년 만에 밟는 런던보다 3개월 만에 밟는 홍대가 더 낯설다. 언젠가부터 그렇게 됐다. 있던 식당이 없어지고, 자주 가던 카페 주인이 바뀌고, 단골 약속 장소던 편의점은 공사 중이다. 유흥가뿐 아니라 집 근처도 마찬가지다. 식당 하나가 아니라 건물 하나 단위로 부서지고 짓기를 반복한다. 동네 중국집은 무료 탕수육을 먹을 수 있을 만큼 쿠폰을 모으기도 전에
글: 이다혜 │
200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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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고기먹으러 혼자 가면 뭐가 나빠?
<씨네21> 7대 미스터리 중 하나. 어째서 마흔살 골드미스 팀장 e는 아직 미혼일까? <씨네21>이 워낙 결혼(나아가 출산·육아)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니 ‘결혼이 싫어서’라면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그런데 e는 독신주의가 아니다. 결혼을 하고 싶어 하고 자격조건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미모면 미모(화장했을 때 전투력
글: 이다혜 │
20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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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순간]
[이다혜의 작업의 순간] 저들은 또다시 한국을 배신했다
일은 많고 날은 덥고 몸은 아파 휴가를 냈다. 옛날엔 열심히 일해서 여행을 가려고 휴가를 썼는데, 이제는 열심히 일해도 돈이 안되는데 마침 건강도 안 좋아져서 일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병원 순례를 위해 휴가를 낸다! 해외여행은 고사하고 일산 호수공원 산책조차 바라지 않은 휴가였다. 병원들을 순례하며 각종 치료를 받고 남는 시간은 피곤하면 피곤한 대로 방바
글: 이다혜 │
2009-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