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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유물론적 신학에 관하여
슬라보예 지젝의 <시차적 관점>을 읽다가 ‘유물론적 신학’이라는 표현을 만났다. 신학과 유물론의 모순적 결합을 지젝은 이렇게 정당화한다. “데리다는 (…) 오늘날에는 오직 무신론자들만이 기도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 수사법에 반하여 우리는 신학자들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유물론자라는 라캉의 주장이 가진 진리를 주장해야 한다.” 이 역설은 일상적
글: 진중권 │
20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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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자기를 조각낸 사나이
주제 사라마구(Jose Saramago, 1922~2010)의 소설 <리카르두 레이스의 사망연도>(1984)는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 1888~1935)라는 인물의 독특한 삶을 다루고 있다. 이 포르투갈 작가는 제 이름만이 아니라 다수의 다른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하곤 했다. 작가가 제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예는
글: 진중권 │
2010-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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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아이콘] 양가죽을 쓴 늑대
김규항이라는 이가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진중권을 “진보신당의 당적을 가진 자유주의자”라 불렀다. 그의 구별에 따르면, 진보신당에는 한편으론 “제 정체성을 간직한 당원들, 사민주의적 전망으로 이 추악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진지한 당원들”이 있다. 다른 한편에는 자유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들은 “촛불광장에서 활약한 덕에 당원이 늘었다”고 자랑하
글: 진중권 │
2010-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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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우리, 블랙 마리아가 되자
필리핀 세부에는 아주 오래된 성당이 있다. 제대로 된 박물관이나 미술관 하나 없는 세부에서 마젤란이 상륙할 때 가져왔다는 십자가와 더불어 거의 유일하게 문화유산의 행세를 하는 것이 바로 ‘산토리뇨’라 부르는 이 성당이다. 이 성당에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이곳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꼬마 예수가 아니라 ‘블랙 마리아’라 부르는 검은 피부의 마리아 상이었다.
글: 진중권 │
201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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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아이콘] 이 나라에서 진보정치는 거의 실험영화다
데리다 저서 <회화 속의 진리>에는 ‘파레르곤’이라는 제목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파레르곤’이란 ‘주변’을 의미하는 ‘파라’(para)와 ‘작품’을 뜻하는 ‘에르곤’(ergon)을 합친 말로, 주요한 것이 아니라 부수적인 것을 가리킨다. 그것은 어떤 저자의 주변적 저작을 가리킬 수도 있고, 작가가 주작을 만들기 위해 제작한 작은 소품들을 가리
글: 진중권 │
201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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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삶, 잔인하여라
발터 베냐민은 사진을 현실 인식의 탁월한 수단으로 보았다. 렌즈는 육안보다 현실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사진촬영을 외과의사의 해부에 비유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확대촬영과 고속촬영, 혹은 시공을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몽타주를 통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현실의 본질을 보여준다. 스포츠 중계에서 정확한 판정을 위해 영
글: 진중권 │
201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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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예쁘면 다 괜찮아?
과거에는 여성을 위한 채용 공고에 ‘용모단정’이라는 표현이 끼어들곤 했다. 물론 ‘옷매무새가 깔끔하다’는 뜻이 아니다. 여성단체의 활동 때문인지, 이 용모에 따른 차별 공고는 요즘 보기 힘들어졌다. 우연히 ‘루키즘’에 관한 어느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의 논문을 읽었다. 인간의 두뇌는 깔때기 같아서 어떤 주제어를 입력해도 결론은 늘 똑같게 마련
글: 진중권 │
2010-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