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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말 한마디로 세상을 베라
영화 <300>에는 이른바 ‘스파르타의 유머’가 등장한다. 가령 페르시아 군대가 “우리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을 것”이라고 협박하자, 스파르타의 용사들은 짧게 “그럼 시원한 그늘 아래서 싸울 수 있겠군”이라 대꾸한다. 영화에선 제대로 묘사가 안됐지만, 레오니다스가 항복을 받으러 온 페르시아의 사신들을 발로 차 우물에 처넣는 장면도 실은 이와 관련이
글: 진중권 │
201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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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양들의 침묵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도 민주노동당은 연평해전이나 북핵문제 등 북한에 불리한 이슈에 관해서는 지금과 똑같은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하긴 같은 당에 관한 정보를 북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간첩을 제명하느니 차라리 당이 쪼개지는 것을 택했던 이들이 아닌가. 이번 사태가 과거와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울산 지역의 민노당에서 자신들을 비판한 <
글: 진중권 │
2010-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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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오, 신성한 무지여
영국의 철학자 길버트 라일의 저서 <정신의 개념>에 나오는 예화. 옥스퍼드대학을 보러온 방문자에게 대학에 소속된 단과대학과 도서관을 비롯한 시설들을 보여주었다. 캠퍼스의 모든 시설을 둘러본 뒤 방문자는 안내하던 이에게 기껏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대학은 어디에 있지요? 단대(college)에 소속된 이들이 기거하는 곳,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이
글: 진중권 │
20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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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아이콘] 신념을 의심하라
“급진적이라는 것은 사태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급진적(radical)이라는 말이 라틴어 radis(뿌리)에서 나왔다는 얘기에 불과하나, 마르크스가 굳이 이렇게 낱말의 어원을 상기시키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다. 흔히 ‘급진적’이라고 하면 현실에서 유리된 사유와 행동의 ‘과격함’이 연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급진적으로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다
글: 진중권 │
201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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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지금 이곳의 묵시론에 관하여
다다이즘의 창시자 후고 발(Hugo Ball)의 <시대로부터 비행: 다다 일기>를 읽다가 우연히 발견한 구절이다. “우리가 취리히 슈피겔가세 1번지에 카바레 볼테르를 갖고 있었을 때, 그 맞은편, 그러니까 슈피겔가세 6번지에, 내가 틀리지 않는다면, 울랴노프 레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매일 저녁 우리의 음악과 소음을 들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그
글: 진중권 │
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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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과학의 타자, 세렌디피티
옛날 옛적 지금의 스리랑카에 해당하는 실론 왕국에는 지아페르라는 왕이 있었다.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다. 왕은 나라의 가장 뛰어난 학자들에게 세 왕자의 교육을 맡겼고, 이들은 타고난 총명함으로 후계자 수업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 뒤 왕은 세 왕자를 불러 자기는 은퇴하여 명상의 삶으로 들어가고 싶으니 대신 이 나라를 맡으라고 말한다. 왕자들은 현명한 겸
글: 진중권 │
201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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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소크라테스의 독배
플라톤의 대화편 <파에드루스>. 글쓰기의 본질을 논하는 이 유명한 텍스트에서 소크라테스는 대화편에 이름을 준 청년, 즉 파에드루스와 대화를 나눈다. 도시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야외로 나간 두 사람은 산책을 하다가 일리수스라는 곳에 이른다. 파에드루스가 ‘전설에 따르면 이곳이 아테네의 왕녀(오리티아)가 북풍의 신(보레아스)에게 납치된 곳이 아니냐
글: 진중권 │
201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