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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한소희의 클로즈업이 준 감흥, 단출한 이야기, 거대한 이미지 <폭설>
윤수익의 두 번째 장편 <폭설>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무능의 소산이란 오해를 받기 십상인데 스토리가 드라마가 되는 관성이나 기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개의 굵은 챕터와 에필로그로 나뉜 스토리는 사춘기 때 만난 두 소녀가 10년의 터울을 두고 다시 만나는 상황을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한소희와 한해인의 물리적 존재감이 주는 스크린의 박
글: 김영진 │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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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트럼프의 기원, <어프렌티스>
영화 속 인물은 때로 캐릭터를 뛰어넘는 하나의 상징처럼 보이기도 한다. 알리 아바시의 <어프렌티스>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 이름, 도널드 트럼프(세바스티안 스탄)를 성공한 사업가나 정치인 개인보다는 성공과 권력의 화신으로 다룬다. 이때 그의 성공은 단순한 물질적, 경제적 성취를 넘어서는 것이다. 배우 제러미 스트롱이 ‘(이 영화는) 프랑
글: 박정원 │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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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만취한 이미지, 숙취의 잔해,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의 조커는 전작 <조커>(2019)에서 탄생해 <조커: 폴리 아 되>(2024)에서 초라한 죽음을 맞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요란스럽게 폐기된다. 과연 토드 필립스가 전작에서 뉴 아메리칸 시네마에 진 빚을 변제할 능력을 갖추었을까는 <조커: 폴리 아 되>에서 내가 확인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의문이었다. 안
글: 문주화 │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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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감정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 이성과 감성 사이, 우연처럼 기적의 다리를 놓은 <와일드 로봇>의 매력
“여기(머리)에서 작동해야 하는 프로세스가 점점 여기(가슴)에서 발생하고 있어.” 프로그램대로 움직여야 하는 로봇 로즈는 아기 기러기를 키우면서 발생한 오류에 혼란을 느낀다. ‘느낀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겠다. 로즈는 입력된 명령대로 결괏값을 도출해내는 로봇일 뿐이니까. 섬에 불시착한 도우미 로봇(루피타 뇽오)은 실수로 둥지를 덮쳐 어미 기러기를 죽였다.
글: 송경원 │
20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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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지붕이 된 어두운 방에서, 함께와 혼자, <새벽의 모든>
후쿠시마 료타는 헤이세이 30년간(1989~2019) 일본 문학의 내러티브를 논하며 재난의 자장에 있는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인 정서를 발견한다. 가령 그는 다이쇼 시대(1912~26)에 활발히 생산되던 ‘유토피아’가 1923년 간토대지진과 부딪히면서, (연역적인 진단이지만) 그러한 묘사가 마침 찰나의 “현상”으로 그려지던 게 흥미롭다고 간주한다. 그는 이같
글: 이보라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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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이해와 단념 사이에서, <장손>
오정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장손>은 가부장제의 끈질긴 유산이 남아 있는 대구 소재 일가족의 삶을 주인공인 ‘장손’ 성진(강승호)의 입장을 축으로 풀어낸다. 시대착오적 어감을 주는 제목을 굳이 고집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전근대적 가족 유산에 대해 양가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 영화는 다소 묘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넣는다. 주인공 성진은 오랜만에 집을
글: 김영진 │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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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어둠을 통해 삶을 말하기, <새벽의 모든>
‘하지만 저녁 해가 지고 나면 반드시 아침 해가 뜬다는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소설 <새벽의 모든>에서 제목의 의미를 암시한 문장은 이 한줄 외엔 전무하다. 그렇기에 문장이 기술된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뒤 비로소 주인공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사람이 겪은 고난을 밤의 시간에 대입해보게 된다. 영화에 묘사된 밤의 시간 중 가장 인상
글: 조현나 │
2024-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