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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폭력에 대한 강박 사라진 다케시의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2)
바다 역시 마찬가지이다. 잘 알려진 대로 다케시의 모든 영화에서는 바다가 등장한다. 그리고 바닷가로 간 다케시들의 주인공들은 바닷가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놀다 바닷가에서 죽어갈 팔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기타노 다케시의 인터뷰에서 매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 바다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 다케시는 한결같이 바다는 시원의 장소이고 모든 갈등을
200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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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언페이스풀>이 내포한 에이드리언 라인식 상투성(1)
스스로의 계보로 쌓은 자생적 클리셰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영화를 맞부딪치는 순간, 그것을 비평적 언어로 접근해야만 하는 의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곤혹스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말하자면 수려한 무관심으로 노가리를 풀거나 무섭게 찡그린 비난으로 씹어댈 것인가, 아니면 그 영화적 클리셰가 유도해내고 있는 비평적 언어의
200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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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언페이스풀>이 내포한 에이드리언 라인식 상투성(2)
행위의 대구, 불완전한 화합을 위한 연가그렇지만, 코니와 에드워드는 결코 서로를 증오하여 파멸시키려는 관계로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아내와 정부가 짜고 남편을 죽이려들거나, 아내의 외도에 미치광이가 된 남편이 그 둘 모두를 죽이기 위해 계획을 짜지는 않는 것이다. 에드워드와 코니 둘 사이를 대응시키는 행위의 ‘대구’가 그들을 서로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
200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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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참신함과 충실함이 없는 오우삼의 전쟁영화 <윈드토커>
오늘날 전세계인에게 제공되는 어마어마한 액션 스펙터클은 전쟁에서의 전투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오우삼의 신작 <윈드토커>는 최소한, 매우 시의적절할 영화라고 하겠다. 원래 지난해 가을 개봉예정이었던 이 영화는 온통 경건한 나팔 팡파르를 터뜨리고 멈출 줄 모르고 깃발을 나부끼는 가운데, 작금의 패셔너블한 복고 리바이
20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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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메모리즈>와 <고잉 홈>에 나타난 기억과 망각의 환영들
스포일러 워닝(Spoiler warning) :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혹 <쓰리>를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이 글을 읽음으로써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게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옴니버스영화 <쓰리>의 세 단편 가운데, 논지 니미부트르의 <휠>에 대한 이야기는 좀 접어둬야겠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나서 이 글을 읽게
20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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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오아시스>의 해피엔딩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이 영화는 소외된 비정상인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상적인 사랑의 과정에 타인들은 완전히 배제되어 있으며, 타인들에 의해 이 사랑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이들의 사랑의 과정을 시종 목도한 관객은 그들에게 동화된다. 관객은 2시간 동안의 장애체험을 통해, 살풍경한 현실에 분개하는 한편 “아, 우리가 저렇단 말이지
20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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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헤드윅>에 대한 감상문: 소수자 혹은 주변자를 보는 두개의 각도
<헤드윅>이라는 영화에 대한 소문을 접했을 때 나의 기대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시큰둥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었을 것이다. ‘드랙퀸’이라든가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들이 이제는 주류 문화산업에 의해 만만하게 착취되어 이미 너덜너덜해진 상태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 대해 누가 평을 쓸지도 이미 헤아릴 수 있었다. 그건 이 방면
2002-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