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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학생~ 학생! 어이쿠 미안해요~
평일 대낮에 동네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가 “학생, 학생!”을 애타게 외치기에 거 참, 어떤 학생이 어르신 부르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못 들은 척하고 제 갈 길만 가는 건가,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에 노인 아닌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야, 나? 나, 학생? 빵끗 웃으며 뒤로 돌아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할머니, 내 얼굴을 보고 충
글: 김정원 │
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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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작은 물고기도 큰 물고기를 삼킬 수 있다
멜 깁슨의 심각한 대작 <아포칼립토>를 보고 있을 때였다. 낯선 땅으로 끌려갔다가 처자식 만나겠다며 열심히 도망치는 전사 ‘표범 발’이 밀림을 헤치고 나와 정면에 등장한 순간,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호나우지뉴랑 똑같이 생겼는데?” 그 말을 들은 사람은 전부 웃음을 참느라 숨이 막혔다, 나만 빼고. 왜냐고? 호나우지뉴가 누군지 모르니까.
나
글: 김정원 │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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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크기가 많이 중요해?
스물다섯 어린 나이에 에로배우를 만났다(아니, 그런 식으로 만난 게 아니고 인터뷰를 했다). 그때까지 에로비디오 한번 본 적이 없던 나는 맨날 어려운 영화만 빌린다며 나를 감탄의 시선으로 보던 동네 비디오 가게 아저씨의 눈총을 받으면서 에로비디오를 잔뜩 빌렸고(이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궁금했던 <젖소부인 바람났네>도 함께 빌렸다), 열 시간
글: 김정원 │
201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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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고래를 보러 갔다. 보트를 타고 먼 바다를 향해 두 시간을 달린 다음 10분 동안 고래 한 마리의 등판과 아주 멀리서 점프하는 고래 두 마리를 보고, 다시 한 시간을 달려 항구로 돌아왔다. 고래란 원래 그렇게 허무한 법이지, 그런 거야, 집에 앉아 <고래사냥>을 봐도 고래는 나오지 않아. 그런데 갈 때는 두 시간이었던 거리가 올 때는 어떻게 한
글: 김정원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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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오늘도 동네북은 조용할 수 없다
비정규직 친구의 정규직 아내가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다. 지방에 있는 처가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만나다 보니 아이가 괜찮을지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이번 달 생활비나 걱정하거라. 태어난 지 여섯달 만에 부모와 생이별을 하고 네살 때까지 외갓집에서 자란(그렇다고 마음 아픈 가정사가 있거나 한 건 아니고, 동생을 임신한 전업주부 엄마가 그냥 키우기 귀찮다고
글: 김정원 │
2014-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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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그분도 착하게 보이게 만드는 마력
내 고향은 전주다. 동네 백반집만 가도 12첩 반상이 깔린다는 전설의 고장 전주(옛날엔 전설이 아니라 진짜였다), 전국에 널린 프랜차이즈도 여기에 발만 들였다 하면 미묘하게 맛있어진다는 신비의 고장 전주. 하지만 그곳에도 맛없는 집은 있었으니… 우리 집이다, 우리 집. 내가 20년 가까이 먹고 살았던 우리 집.
친정은 군산이요 시댁은 광양으로서 민어회나
글: 김정원 │
2014-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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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마담뚜님, 당신이 옳습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후배가 같은 회사 동료에게 고백했다가 차였다며 울고 있었다. 40대 유부남은 다정한 말로 애를 달랬다. “야, 회사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가봐, 세상에 널린 게 남자야!” 마음 착한 30대 싱글 여성(나)도 상심한 후배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거들었다. “그래, 남자는 진짜 많아. 이 남자 저 남자 마음껏 만나다가… 내 나이 되
글: 김정원 │
2014-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