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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너희들을 응원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뭔가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나. 언젠가는 나이키 운동화가 너무나 갖고 싶었다. 언젠가는 정말로 전학을 가는 게 싫었다. 언젠가는 그 여자애가 말이라도 걸어주길 간절히 바랐다. 언젠가는 매일 저녁 ‘아빠’가 술을 그만 마시길 바랐다. 그런데 소원이란 이뤄질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여자애가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을 때엔 놀라 도망쳤
글: 차우진 │
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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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예술과 대중 사이
<돈의 맛>에서 인상적인 대사는 ‘모욕’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영화적 장치들과 겉도는 것 같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을 “선동하는 영화”라고 했지만 내겐 어떻게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절망적인 패배감을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승화(이를테면 ‘정신승리’)하려는 이야기 같았다. 이 간극은 오히려 영화의 위치
글: 차우진 │
201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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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데이빗을 위한 아리아, 빗방울 전주곡
<프로메테우스>는 이상한 영화다. 비판적인 사람들조차 흩어놓은 퍼즐을 찾아 조각을 배열하게 만들고 그 뒤의 의도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아니, 텅 비어 있을지라도 거기에 살펴볼 만한 뭔가가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 모든 효과를 유발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한 영화일 것이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나 역시 몇번은 더 보고 싶어졌다. 몇몇 장면과 대사들
글: 차우진 │
201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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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긴장감과 유머가 넘실
<시체가 돌아왔다>는 경쾌한 코미디 활극이다. <록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같은 가이 리치 스타일이 매력적인데, 딱딱 맞아떨어지다가 뒤집어지는 반전의 쾌감은 덜하지만 시작과 함께 흩어진 사연들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집중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활력을 더하는 건 델리스파이스의 윤준호가 감독한 사운드트랙이다. 키보디스트 고경천과
글: 차우진 │
201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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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반역적인 괴상한 감각
언젠가 자기소개를 할 때 “지구 멸망과 부동산에 관심이 많다”고 한 적이 있다. 부동산쪽은 농담이었고 지구 멸망쪽은 진담이었다. 물론 그 종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처럼 지구가 사라지거나, <혹성탈출>처럼 인류 문명만 소멸하거나, <12 몽키즈>처럼 모든 생명체가 멸종하는 것같이 여러 가지일 것이다.
글: 차우진 │
201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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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타인의 취향
<언터처블: 1%의 우정>은 따뜻하고 유머가 풍부한 영화다. 동물, 아기처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드리스와 필립이 ‘나쁜 짓’으로 가까워지는 건 성장영화의 관습과도 일맥상통한다. 음악이 사용되는 방식도 흥미롭다. 나는 취향이 사회적이고 계급적으로 구성된다고 믿는다. 요컨대 취향은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하는 단서고,
글: 차우진 │
201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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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시대는 사라지고 연기만 남아
<댄싱퀸>은 편의점의 펀치드링크 같다. 80년대 코드와 정치 이슈, 여성의 자아 찾기 같은 ‘공식’들을 한데 저어놓는다. 그래서 전두환의 신군부 시절인 82년의 ‘국민학교’에서 ‘민주적인’ 토론을 하고,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출범한 92년엔 ‘천안문 사태’를 패러디한다. 주인공들마저 ‘그 유명한 X세대’로 설정했지만 정작 영화에 등장하는 건 서태지
글: 차우진 │
2012-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