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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예술과 대중 사이

<돈의 맛>

<돈의 맛>에서 인상적인 대사는 ‘모욕’이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영화적 장치들과 겉도는 것 같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을 “선동하는 영화”라고 했지만 내겐 어떻게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절망적인 패배감을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승화(이를테면 ‘정신승리’)하려는 이야기 같았다. 이 간극은 오히려 영화의 위치를 환기한다. 감독의 바람과 달리 <돈의 맛>은 형식을 파괴하려는 욕망과 현실에 개입하려는 욕망이 뒤섞이면서 지나치게 예술적인 영화가 된 것 같다.

이 점에서 백현진이 타이틀 <그 맛>을 만들고 불렀다는 것도 꽤 상징적이다. 백현진은 관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대중음악’의 틀을 깨뜨리지만 이 파격 덕분에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소비된다. 임상수 감독도 그렇다. 요컨대 두 사람 모두 예술적 문제의식과 대중적 감각을 동시에 취하려는 욕망을 가졌다고 본다면, <돈의 맛>은 그 포물선이 비교적 선명하게 교차하는 작품일 것이다. 또한 ‘기어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애쓴다는 점에서 영화와 음악 모두 ‘예술가’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강박이 작동한다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가 재미없게 여겨진다면 아마 그런 까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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