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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스포일러’라고 우기는 사회
(이 글에는 ‘스포일러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는 치명적인 설사, 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는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스포일러(spoiler)는 ‘영화의 결말이나 반전에 관련된 정보를 미리 흘려서 영화관람의 즐거움을 떨어뜨리는 사람/글’을 의미하는 용어다. 한글 애호가들이라면 이 단어를 뭐라고 바꿔 불렀을까. 영화지뢰? 반전폭탄? 그렇다.
글: 김도훈 │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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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사랑의 기억에 홀리지 마세요
그녀가 자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의 기억을 몽땅 지워버리고 싶다는 말을 거듭 했을 때, 무덤덤한 척했지만 몹시 당혹스러웠다. 내가 그녀를 그렇게 곤혹스럽게 했나? 하긴 그 이전의 사랑이 멈춘 지 4년이 넘도록 난 그 어떤 사랑의 기억에 수시로 휘둘려왔다. 새로 시도된 사랑들은 그 이상한 마력 때문에 본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그러들곤 했다. 어떤 종류의 기억이
글: 이성욱 │
200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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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놀이 중독’ 기자의 주간 레이스
이곳은 절대최강 산왕과의 전장. “팔이 올라가지도 않는다”며 죽어가던 불꽃남자 정대만(혹은 미츠이)은 추격의 절정을 이루는 3점슛 한방을 꽂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나를 몇번이라도 살아나게 한다” . 주간지 인생 9개월차인 나에게도 매주 레이스에서 중요한 승부처를 꼽으라면 영화 촬영현장에서 회식자리를 돌아 클럽에 도착하는 세 코스다. 그리고 이 자리들은 나
글: 김수경 │
200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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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나는 아저씨가 좋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어린 나이에 폭탄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돈이 많아서는 아니었다. 5천원짜리 돼지 머릿고기 안주를 세 조각으로 자르는 것도 모자라서, 술을 마신 사람만 그 1/3짜리 고기 하나를 먹을 자격을 얻을 만큼, 내 대학 시절은 처량했다. 떡을 다 먹고난 떡볶이 양념도 치우지 않고 아껴먹을 정도였다. 그렇게 가난한 대학생이 폭탄주를 마시기 위해선
글: 김현정 │
200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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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비포 선셋>과 <2046>을 한꺼번에 본 날
내가 <비포 선라이즈>를 관람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꿈 많은 고등학생에게 그 영화는 손에 잡힐 듯한 근미래였다. 아무리 짧은 국내 여행길에서도 나만의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 뒤. 부산영화제 폐막식에서 <화양연화>를 봤다. 양조위와 장만옥의 완벽한 자태에
글: 오정연 │
200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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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아아, 나의 스탭시절이여!
10월20일 새벽 2시 용산의 한 극장, 일군의 인파가 어디론가 움직이고 있다. “잘 지냈어?”, “너는?” 하는 소리를 조용조용 나누며 사람들이 상영관 안으로 입장한다. 이곳은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기술시사가 열리는 곳이다. 기술시사란 영화의 99% 완성 단계에서 스탭들을 상대로 하는 상영으로, 기술적 하자가 없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글: 문석 │
2004-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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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칼럼]
8년차 기자, 그래도 연예인이 신기한걸
배우 아무개 만나봤어? 어때? 잘생겼어? 성격 좋아?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나는 별로 해줄 말이 없다. 한두 시간 만나 얘기 나눈 것으로 그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터뷰라는 ‘공적’ 만남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가끔 자신을 ‘열어’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대개 배우들은 기자 앞에선 몸을 사리고 입을 단속한다. 그래,
글: 박은영 │
200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