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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빠삐용의 편지
드가와 뜨거운 포옹을 하고 빠삐용은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내린다. 야자열매로 만든 자루에 타고 수평선 너머 멀리 사라져갈 때, 스크린 위에서 주인공이 사라진 자리를 채우는 것은 영화의 주제곡이다. . 바퀴벌레를 잡아먹는 역겨운 장면, 떠나는 빠삐용을 바라보는 드가의 표정과 함께, 당시 프랑스 감옥의 끔찍함이 아직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신곡>
글: 이다혜 │
2003-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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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엔엘의 추억
대통령이라는 이가 광주 망월동에 갔다가 한총련 학생들 때문에 한 시간쯤 늦어졌다고 난동이라느니 대통령 못해먹겠다느니 소란을 떠는 광경을 보며 십수년 전 이 즈음이 떠올랐다. 88년 5월, 갓 제대한 나는 이성욱(지난해 가버린 문학평론가. 형은 그렇게 싱겁게 갈 거면서 그렇게 공부했소)과 망월동에 가서 인사했다. 무사히 제대했습니다. 바로 살도록 님들이 도와
글: 심은하 │
200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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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바르도
성경에는 재미있는 얘기가 나온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어느 날 야훼로부터 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는다. 100살이 넘은 노파의 몸에서 아이가 태어나게 할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다시 거두어가는 것은 또 무슨 변덕이란 말인가? 하지만 아브라함은 신의 명령에 순종한다. 제 손을 잡고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아비에게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
글: 심은하 │
200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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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선택
현재는 언제나 우리에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연한 현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크고 작은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에 제 정신을 가진 모든 한국인들이 반대한 일이 그렇다. 한국인들은 제국주의 침략전쟁이라는 점에서 다를 게 없는 베트남 전쟁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라고 믿었던 유일한 나라의 사람들
2003-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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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블랙코미디
얼마 전 한 청년이 가방끈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이 나라가 싫고 이 세상이 싫다.” 그가 나라와 세상을 버리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무엇이 이 열아홉살 먹은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을까?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다. 그럼 누가 그런 편견을 유포하는가? 여러 부류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맹렬한 집단이
글: 심은하 │
200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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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가미카제와 여전사들
이번 전쟁으로 졸지에 스타(?)로 떠오른 이라크의 공보장관이 언젠가 미·영 동맹군에 ‘자살공격’을 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한 이라크군 장교의 자살공격으로 미군 병사 네명이 숨진 데 이어 며칠 뒤에는 두명의 여성 전사가 자살공격으로 다시 세명의 미군 병사를 살해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언론은 이것이 마치 임신부를 인질로 잡은 테러인
200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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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춤,몸으로 표현하는 지성
나는 춤꾼들을 사랑한다. 여신 같은 마곳 폰테인과 그를 들어올리며 파드되를 추는 루돌프 누레예프, 이사도라 덩컨과 마사 그레이엄, 1988년 시청 앞 광장의 이애주, 요염하기까지 했던 남성무용수 이매방, 70년대 국내에서 첫 공연을 가졌던 홍신자, 그리고 박명숙 이정희와 심지어 가수들 뒤에서 현란하게 춤추는 백댄서들과 두타 앞이나 대학로 등 거리의 춤꾼들까
글: 김선주 │
200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