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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그 속에 다른 세상이 있었다
1981년 5월의 어느 날. 나는 고등학생 주제에 뻔뻔하게 생맥줏집에서 프라이드 치킨을 앞에 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내 앞에는 점심시간에 피아노 레슨실로 숨어들어 나를 위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의 세 번째 악장을 헤비메탈처럼 연주를 해 나를 숨넘어가게 만든 친구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운드 독>을 부
글: 오승욱 │
201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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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사악한 악당의 시대
70년대 중반, 신촌 로터리 중앙에는 시계탑이 있었고 지금보다는 버스 정류장이 많았다. 버스 정류장에는 꼭 한두개의 신문 가판대가 있었는데 새마을운동 깃발의 색깔과 똑같은 초록색의 가판대에는 신문뿐만이 아니라 울긋불긋한 색깔의 만화책과 각종 성인 주간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고우영의 성인극화 <수호지>가 인기를 끌자, 가판대 위에는 성인극화란
글: 오승욱 │
2016-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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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소년에서 남자로
내 옆자리에 앉은 소년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물론 선생은 없었고, 나와 그 소년은 교실 안에서 뭐라고 할 사람이 없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유화반이라는 과외수업을 했는데, 한동안 비어 있었던 내 옆자리에 새로 온 소년은 얼굴이 우유처럼 뽀얗고 귀티가 흐르는 얼굴로 입만 열면 “내 팔자에 뭘 더 바란다고”, “이제 내가 죽어야지” 같은
글: 오승욱 │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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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이것이 만화가의 길이다
아버지가 몇해 전,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가 누렇게 죽어가던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의 어느 날. 마당 한 귀퉁이의 그네에 어머니와 세련된 투피스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미인이었는데 두 사람은 아주 진지하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저 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해서 기
글: 오승욱 │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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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독고탁을 기억하십니까
중학생이 되면서 나의 활동 범위가 종로와 중구, 광화문과 명동 일대로 넓어졌다. 몇달에 한번씩 짝이 바뀌고 친해지는 친구가 새로 생기면 으레 그래야 하는 것이 친구 집 방문하기였다. 반 친구들 중에는 충무로와 장충동, 남대문에 사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집에 놀러가면서 낯선 곳의 골목을 돌아다니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이, 얼굴이
글: 오승욱 │
20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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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그는 왜 만화를 더 그리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1학년의 첫 수업 시간. “아침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 때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가 교실에 들어와 뭔가를 나누어주었다. 칫솔과 치약이었다. 학교 근처의 보건소에서 온 그들은 어린 학생들에게 보건 위생에 대해 알려주러 온 것이었다. 의사와 간호사는 그들이 나누어준 칫솔과 치약으로 이 닦는 방법을 설명해주
글: 오승욱 │
201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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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333m 높이의 도쿄타워에서 뛰어내렸다
초등학교 4학년 겨울방학. 모래내에서 신촌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한 달 전부터 어머니는 동네가 좋지 않다며 걱정을 했고, 어머니를 도와 집을 보러 다녔던 군대를 갓 제대한 삼촌은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계면쩍게 웃었다. 신촌 로터리에서 서강대 가는 길과 동교동 가는 길 사이에 노고산동으로 가는 좁은 왕복 이차선 도로가 있다. 그 도로의 좌우에
글: 오승욱 │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