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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대책없는 낭만주의에 끌리네
중국에서 생활할 때, 광복절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8월 15일, 학술행사에 참가하려고 옌지에 찾아온 모 문학평론가 형과 함께 하얼빈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 형은 내 중국어 실력을 믿었고, 나는 내 국적을 믿었다. 애니미즘도 아니고 국적을 믿었다니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말할 사람이 없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국적. 그러니까 '한궈런'
글: 김연수 │
200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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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네
지난주 연수군은 이 (소중한) 지면에 아이포드 터치용 흡연 처방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쓸데없이) 상세하게 적어놓았는데(그러고 나서 소개한 영화가 <스모크>라니, 부끄럽지 않은가?), 그 처방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에 대한 고발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연수군을 만났는데 그는 구석자리에서 (눈치도 없이) 연신 담배를 피
글: 김중혁 │
2009-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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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모두가 다른 나날들
이번 추석에는 (무려!) J군이 손수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회장님처럼 앉아서 귀향하는 호사를 누렸다. 새벽의 중부고속도로에는 귀향하느라 몰려든 차들보다 먼저 안개들이 부지런하게 나와서 이미 정체되고 있었으나, 덕분에 나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눈을 감고 잠들기 직전, 내 머릿속으로는 ‘금의환향’이라기보다는 ‘결초보은’ 같은 사자성어가 떠오르더라. 그
글: 김연수 │
200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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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모기향’ 인생사가 더 아름답다
지난 회 야심차게 발표했던 ‘그래프로 보는 영화’에 비난이 폭주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나의 실험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원고 분량을 줄이려는 얄팍한 속셈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다른 분들이야 뭐 그렇다고 치더라도 함께 연재를 하는 연수군마저 그런 오해를 한다는 데 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바다. 그래프 몇개 넣는다고 원고 분량이 줄어들지 않
글: 김중혁 │
2009-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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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단정하는 건 단정치 못해요
재주 많은 친구를 둔 덕분이겠지만, 어쨌든 지난번에 김군이 그린 것처럼 내 인생의 그래프를 그린다면 노예들이 벽돌을 짊어지고 올라가는 바벨탑의 길과 비슷한 모양이 될 것 같다(김군처럼 직접 그려주는 상냥함을 발휘하면 좋겠으나, 난 원래 말로 떠들어대는 걸 더 선호한다). 예를 들면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같은 자리로 돌아오지만, 그 자리는 예전에 내가 서
글: 김연수 │
200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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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감상평을 좌표로 찍어보면
어린 시절부터 그래프를 좋아했다. 수학시간에는 문제 풀러 나갔다가 칠판 앞에 선 채 면벽수행하는 바람에 선생님에게 자주 얻어터졌지만(그래, 역시 난 문과), 그래도 그래프 보는 건 좋아했다. x축과 y축을 만들고 그 사이에다 우아한 곡선을 그려넣는 수학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노라면 화가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빈 공책에다 그래프를 그려보곤 했다. x와 y축을
글: 김중혁 │
200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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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친구 그의영화]
[나의 친구 그의 영화] 당신은 진짜 남자였죠
나는 <그랜 토리노>의 마지막 장면, 그러니까 타오가 1972년식 그랜 토리노에 개를 태우고 바닷가 도로를 지나간 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노랫소리가 나오는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 그랜 토리노가 지나간 뒤에 카메라는 바다와 도로를 보여준다. 나뭇잎은 흔들리고 물결은 출렁이고, 도로 위로는 자동차가 지나간다. 그건 마치 죽은 월터 코월스키의 눈으
글: 김연수 │
2009-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