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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잡지 표지, 세계 최강의 갤러리
시각예술의 목적과 기능은 단 한점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다종의 목적들을 위해 예술은 제작, 감상되었고, 상이한 목적들이 한 작품 속에 중첩해 발현되기도 한다. 상상력의 표현과 유미주의 추종은 널리 통용되는 예술론일 것이다. 의사소통 수단, 프로파간다 활용, 시각적 오락 제공처럼 다분히 기능성에 비중을 둔 예술론이 차지하는 몫도 크다. 잡지의 표지는
글: 반이정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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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월가를 점령하라 vs. 금송아지를 점령하라
2011년 9월17일 시작된 월가 점령 시위가 격화되자, 금융가의 상징물 황소 동상을 경찰 병력이 경비하고 나섰다. 시위대의 분노가 금융 지구를 대변하는 상징물에 위해를 가할까 우려한 결과다. 어느덧 월가의 황소상은 1% 금융자본의 대표 조형물로 시위대와 경찰 모두가 인정한 꼴이 되었다. 모든 시위의 도화선은 사회 부조리지만 집회를 살찌우는 매개는 문화운
글: 반이정 │
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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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의인화의 함정
신분 성별 구분 없이 지구촌 어디건 돈 들이지 않고 즐기는 자잘한 유희 중 하나로 ‘닮은꼴 찾기’가 있다. 특정 인물과 특정 동물 사이의 유사점을 발견하는 이 영민한 기술은 좌중의 찬탄 속에 유비를 찾아낸 자에게 예리한 안목상이 주어진다. 실상 관련이 전혀 없이 지목된 사람과 동물은 그들 의사와 무관하게 ‘그럴듯한 유비’에 묶여 새로운 정의를 부여받는다.
글: 반이정 │
20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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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오캄에서 잡스까지, 미니멀리즘 계보의 진화
본사의 공식 발표 직전까지 아이폰 신제품 출시 예정일을 예측하느라 지구촌이 일제히 분주했다. 세계를 호령하는 이 물건의 실체는 단순미와 최소주의의 가면을 썼다. 최소주의 철학은 복잡성이 지배하는 예측 불허의 현대적 풍경을 역행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최소주의를 추종하는 학자 그룹의 계보는 매우 길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줄이는 것이 더하는 것’
글: 반이정 │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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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피팅 모델, 아트 상품, 또 하나의 세계
순진무구를 가장한 뚱하고 맹한 표정, 색조화장으로 가무스름한 아이라인, 컬러렌즈로 확장된 홍채, 화들짝 놀란 듯 치켜뜬 눈, 볼 안 가득 채운 공기, 앞으로 삐죽 내민 동그랗게 모은 입술, 입술 사이로 빼꼼 내민 혀, 쇼트팬츠로 도드라진 가녀린 허리와 포토숍으로 보정한 긴 다리, 앙증맞은 포즈의 상투성. 온라인 쇼핑몰 피팅 모델의 얼굴과 인체가 재현하는
글: 반이정 │
201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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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신발에 담을 수 없는 사연
몸단장에 가세하는 패션잡화 가운데 인체 밑단을 점하는 신발은 시야에서 가장 소외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 위상마저 바닥인 건 아니다. 유별난 캐릭터를 배로 부풀릴 소품으로 부족함 없음이 왕왕 입증된다. 과잉된 디자인 구두에 의존한 레이디 가가의 캐릭터는 공공장소에서 바닥에 자빠지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하지만 발 밑에 깔린다는 처지에 빗대 신발을 모욕의 상
글: 반이정 │
20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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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위대한 예술가, 어나니머스
인류사의 문화유산 중 상당수가 유일한 창작자의 손에서 나왔다면 아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시공을 초월해 다채로운 양식을 쏟아낸 그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은 ‘어나니머스’(무명씨). 15세기 전후 완성된 시각 이미지를 주로 모아놓은 박물관들의 소장품 중 다수는 바로 이 신원미상 무명씨의 작품. 세계 도처에 미공개된
글: 반이정 │
201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