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히틀러(콧수염)를 빼닮은 고양이 사진을 수록한 일간지. 2. 부시의 푸들에 빗댄 영국 총리 블레어의 인터넷 풍자 이미지.
신분 성별 구분 없이 지구촌 어디건 돈 들이지 않고 즐기는 자잘한 유희 중 하나로 ‘닮은꼴 찾기’가 있다. 특정 인물과 특정 동물 사이의 유사점을 발견하는 이 영민한 기술은 좌중의 찬탄 속에 유비를 찾아낸 자에게 예리한 안목상이 주어진다. 실상 관련이 전혀 없이 지목된 사람과 동물은 그들 의사와 무관하게 ‘그럴듯한 유비’에 묶여 새로운 정의를 부여받는다. 미적 가치를 갑자기 부여받은 평범한 사물을 ‘발견된 오브제’(또는 ‘발견된 예술’)라 부른다. 자전거 부품을 이어붙여 소의 얼굴을 ‘발견’한 피카소가 초창기 대표 예술인이다. 하지만 발견된 오브제 예술의 공로는 전문 창작집단의 폐쇄적 이너서클 너머로 예술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시킨 점으로 평가된다.
한편 불끈 선 기둥을 남근에 비유하거나, 팬 구멍을 음문에 빗대는 세속의 음담도 ‘닮은꼴 찾기’의 속화된 파생품일 것이다. 용도와는 하등 무관한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적 쾌감을 안긴다. 하필 인류처럼 이목구비를 갖춘 죄로, 동물은 닮은꼴 찾기의 적임자로 종종 호출된다. 더구나 악한에게 비유한들 동물이 이를 문제 삼아 고소하거나 항의하지도 않으니 여간 맘 편한 소재가 아니다. 명예훼손의 당사자는 정작 악한에게 비유된 동물일 터이나, 고소를 남발하는 건 통상 악한(인간)이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5. 자전거 안장과 핸들을 조합해 황소 머리를 형상화한 피카소의 작품 <황소 머리>(1943). 6. 이명박을 풍자한 쥐 캐릭터.
특정 인사에 필적할 동물을 찾는 요건은 크게 둘. 첫째 닮은 외모. 가장 흔히 동원되는 매칭 기술이다. 둘째 유사한 속성. 인류가 동물에게 임의로 부여한 페르소나가 있는 법이다. 가령 미국의 이라크전을 지지한 영국 총리 블레어가 ‘주인을 잘 따르는’ 반려견 푸들에 비유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외모와 속성 모두 닮아 비유된 예도 많은데, 한국 현직 국가수반을 쥐에 비유하는 경우다. 서구의 창작물에선 쥐가 깜찍한 캐릭터로 분하지만 한국에서 쥐는 예외없이 불쾌한 기피동물로 지목된다. 그런 공감대 탓인지 현직 대통령의 별칭으로 세간에서 통용된 ‘쥐박이’가 포함된 모든 인터넷 도메인(‘쥐박이.com’, ‘쥐박이.kr’, ‘쥐박이.net’, ‘쥐박이.org’ 등)을 청와대가 싹쓸이 등록했다는 폭로가 보도됐다. 지난해 G20 행사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이를 구속한 검찰의 기소 명분은 공용물건 손상혐의였지만 국가원수 모독일 거라는 게 항간의 일반적 해석이다. 낙서자는 G20의 G가 쥐와 발음이 같아서라고 해명했으나, 과연 그뿐일까 싶다. 다만 검찰이건 쥐박이란 신조어의 제조자건 과연 쥐와 ‘그’가 닮았는지 정직한 시선으로 살필 필요는 있다. 초롱초롱 작고 동그란 설치류의 깜찍한 눈이 어딜 봐서 짝눈을 한 영장류와 닮았단 건지! 인간-동물 닮은꼴 발견 놀이와 발견된 예술 사이엔 공통점만큼 차이점도 있다. 일개 집기에 불과한 사물에 예술의 품격을 부여하는 것이 발견된 예술의 악의 없는 농담이라면 인간-동물 닮은꼴 찾기는 악한을 동물로 비하하며 비웃기엔 간편하지만 애먼 동물을 무심히 팔아먹는 누를 끼치고도 죄의식을 느낄 수 없다.
ps. 최근 쥐에 비유된 자가 내곡동 사저로 다시 도마에 오르자, 트위터에서 사저의 별칭 공모가 있었다. 강력한 지지를 받은 후보작들은 쥐편한세상, 푸르쥐오, 쥐곡산성, 쥐르사유 궁전, 쥐루살렘, 타쥐마할, 쥐옥 등 다시 쥐가 동원됐다. 1등을 차지한 건 ‘쥡’이란다. 발상과 창작의 권한은 ‘발견하기’를 등에 업고 익명의 대중에게 이양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