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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무기물을 닮은 얼굴의 섬뜩한 아름다움
디지털은 사진의 본질로 여겨졌던 특성을 위협한다. 바로 피사체의 존재다. 손으로 그린 형상은 꼭 실재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그저 화가가 펼치는 상상의 산물일 수 있다. 사진의 이미지는 이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것이 무엇이었든 간에 일단 사진에 찍혔다면, 그 무언가가 그 언젠가 그 장소에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법정에서 사진은 증거로 인정돼도, 그림은 증
글: 진중권 │
201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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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시뮬라크르의 반란
플라톤은 세계를 세 등급으로 나눴다. 그에게 최상의 실재는 역시 이데아의 세계였다. 이 세계가 현실의 모범이고, 우리가 사는 현실의 모든 것은 이 원본의 (다소 불완전한) 복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엔 원본의 복제만이 있는 게 아니다. 이 복제를 다시 복제한 놈들도 있다. 이렇게 ‘원본의 복제’들 틈에 슬쩍 끼어서 마치 진짜 복제인 양 행세
글: 진중권 │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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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리트윗의 반복가능성
보르헤스의 단편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로 돌아가보자. 세르반테스에 필적할 만한 소설을 쓰려고 했던 피에르 메나르. 그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소설은 공교롭게도 “세르반테스의 텍스트와 언어상으로는 단 한자도 다른 게 없이 똑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르헤스는 이 단순한 반복이 세르반테스의 원문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
글: 진중권 │
20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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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존재론에서 유령론으로
‘죽어서 격식을 갖춰 땅속에 묻힌 시체가 어찌하여 수의를 찢고 나타났다는 말이오? 그대를 편안히 모신 무덤이 어찌하여 그 무거운 대리석 입술을 벌려 시체를 뱉어놓았단 말이오? 그래, 그대 시체가 이렇게 다시 어스름한 달빛 아래 나타나서 이 밤을 이렇게 끔찍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이오? 아, 자연의 법칙에 묶여서 꼼짝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이 한심하기 짝이
글: 진중권 │
20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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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하사시에 대하여
어느 탤런트가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자 출연하던 드라마에서 하차하고 잠적해버렸다는 촌스러운 소식. 대마초를 ‘하시시’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풀’을 의미하는 아랍어라고 한다. 이 ‘풀’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담배만큼도 안 해롭다는 말이 있는가 하면, 그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확실한 것은 마약엔 ‘치사량’이 있지만, 하시시
글: 진중권 │
20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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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안 믿지 않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뻘건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손목에서 거미줄을 뿜어내는 사내가 있다거나, 박쥐 날개처럼 생긴 새까만 가죽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내가 있다거나, S를 새긴 파란색 쫄티를 입고 추락하는 여객기를 두손으로 받쳐 승객의 목숨을 구해주는 사내가 있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영화로 감상하려면 이 회의적 태도를 버리
글: 진중권 │
201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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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벌거벗은 임금님
영화 한편 때문에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생각나는 시절이다. 언론은 적나라한 그 영화에 화려한 옷을 입혔다. 하지만 대중이라고 어디 눈이 없겠는가? 지난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이번엔 다수의 대중이 영화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물론 존재하지 않는 그 화려한 옷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도 있다. 그들은 말하기를 “그의 도전정신에 1
글: 진중권 │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