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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휴먼 네이처>보고 지성사의 `인성론`을 되새김질하다
★ 데이비드 흄은 <휴먼 네이처론(論)>이라는 책에서 오성과 정념과 도덕의 더미를 면도날로 한켜 한켜 베어내듯 분석하며 경험주의적 인간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세권짜리 저작은 로크나 버클리 등 영국인 선배들의 경험론과 독일인 후배 칸트의 비판철학 사이에 다리를 놓은 기념비적 문건이지만, 오늘날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이 18세기 철학자의 지루한
200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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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더운 극장에서, 더운 영화 <잔다라>를 보다
● <잔다라>라는 영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대뜸 잔다르크를 떠올렸다. 그런데 이 잔다라는 여자도 아니었고, 프랑스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 실망한 것은 아니다. 지난 90년대에 프랑스에서 몇해를 보내는 동안 잔다르크에 대한 내 인상은 크게 일그러졌으니까. 그게 잔다르크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잔다르크가 성녀냐 마녀냐, 순결의 화신이냐
200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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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마리 이야기> 보고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소년한국일보>에서 주최한 어린이 사생대회에서 무슨 상인가를 받은 적이 있다. 아마 그 부상(副賞)으로 입장권을 받아, 어머니를 모시고(라기보다는 어머니 소매를 잡고서였겠지) 지금의 세종문화회관 자리에 있던 시민회관에서 무슨 춤 공연인지를 보았던 것 같다. 이 말을 하는 것은 내 어린 시절의 재주를 재기 위해서가 아니다
200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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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원더풀 라이프> 보고 문득 인생의 회의에 젖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는 기억에 관한 영화다. 정확히는 추억에 관한 영화다. 막 죽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생을 되돌아보며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골라내는 이야기. 영화의 배경은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대인 림보다. 따지고 보면 저승에 더 가깝지만, 아무튼 영원의 시간 속으로 내던져지기 직전의 기착지다. 이승을 떠난 사람들은 그곳에서
200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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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꽃섬> 보며, `현실과 몽환의 삼투관계`를 생각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영화 제목이 너무 밍밍하고 붕 떠 있으면 그거 반드시 지독한 문예물이다.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예술품이라는 말이다. <꽃섬>이 그랬다. 꽃섬, 花島, 하나시마, Flower Island, 아무리 자연언어의 옷을 갈아입혀 봐도 밍밍하다. 과연, 영화는 내 공리주의적 영화관(무엇보다도 영화라는 대중예술 장르는 보는 동안
200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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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저씨,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감동하다.
원치 않은 일복이 터져 토요일 오후까지 사무실에 나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신문사는 대체로 토요일이 쉬는 날이다), 시인 S가 전화를 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안 받아 혹시나 하고 해봤다, 그 신문사에는 휴일도 없느냐고 너스레를 떨더니, 또다른 시인 Y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끼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날 해치
200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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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미적 방종을 경계함
●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노 티쳐>를 남산의 한 시사회장에서 봤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여우주연상(이자벨 위페르), 남우주연상(브누아 마지멜)을 받았다는 영화다. 국내 개봉 날짜가 많이 남은 듯해 좀 망설였으나, 그냥 눈 딱 감고 이 영화를 건드리기로 한다.<피아노 티쳐>의 배경은 오스트리
200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