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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가슴앓이, 사람앓이
한동안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스산한 가을 바람에 멜랑콜리해졌거나 아름답고 슬픈 개인사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꽤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프로젝트를 슬그머니 포기한 까닭이다.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제작자의 판단과 결정이 감독이나 작가에게는 비정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괴감이 컸다. 영화 만드는 일을 시작할 때 나름대로 거창한
200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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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충무로 차차차!
내가 25살 꽃다운(?) 나이에 다니게 된 직장이 서울극장 기획실이란 곳이었다. 당시 그곳엔 모 실장이 계셨고, 나와 남모씨라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입사한 지 한두달 동안 내겐 별로 할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특별히 뭘 가르쳐주지도 않아서 나는 죽어라고 그 전의 기획실장님이 남기고 간 주옥(!) 같은 영화광고를 모아둔 스크랩북만 닳도록 보았다.대학 시절에
20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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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한국영화 호황, 거품만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활황이 어쨌든 반가운 일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좀은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마치 시험보는 데 몇 문제 못 풀고 모조리 찍었는데 만점을 받아버린 것처럼, 박수는 받고 있지만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 있어서인지 이런 폭발적인 흥행 기류에 대한 분석과 전망도 분분하다.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이런 ‘찜찜함’의 원인을 이른바 거품현상이기 때문이라는 주
200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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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새벽 5시, 그들의 진심이 궁금하다
양수리 종합촬영소 제1 스튜디오. 3일째 영화 <버스, 정류장>의 촬영이 계속되고 있다. 그 큰 스튜디오 안팎으로 정적이 흐르고, 수십명 스탭의 눈은, 처음으로 어린 소녀에게 가슴에 담겨 있던 진심을 말로 꺼내 놓는 남자에게로 향해 있다. 소녀의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드는 순간에서야 “너를 좋아하고 있다는 거…”라고 입을 여는 남자.그동안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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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한국영화는 배우들이 다 만든다?
“6개월째 캐스팅하고 있는데, 미치겠습니다. 배우 코빼기라도 봐야 애걸이라도 해보지….” “6개월? 난 2년째야 이 사람아…. 내가 이 정돈데 자네들은 오죽하겠나.”몇몇 제작자와 감독이 만난 자리에서 오간 대화 한 토막이다. 캐스팅의 고충을 토로하는 푸념 끝에, 20년 가까운 경력에 영화계의 맏형 노릇을 하는 한 제작자(몇년간 꾸준하게 작품을 만들고 있는
200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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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그녀들의 일기
이영아 팀장, 올해 나이 29살. 박재현 팀장, 올해 나이 27살.명필름의 국내마케팅 1, 2팀장들이다.<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주인공 브리짓처럼 과년한 노처녀도 아니면서 그녀들은 현재, 애인이 없다. 그렇다고, 브리짓처럼 골초에 술을 탐하는 것 같지는 않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 보이지도 않는다. 그녀들은, 휴 그랜트 같은 바람둥이에게 홀라당 넘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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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다이어리]
질투는 나의 힘!
최근 <씨네21> 칼럼에 ‘박수 쳤다 치고 떠난다’고 고별사를 날렸던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알다시피 우리 영화사가 제작했다. 코미디와 호러를 뒤섞어 장르영화에 반칙을 날린 이 영화로 그는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고, 명필름은 개성있는 크레디트를 얻었다. 하여튼 가상한 성공작이었다(라고 자부한다). 그와 당연히 두 번째
2001-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