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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불신한다, 고로 믿는다
<불신지옥>의 희진(남상미)은 시종일관 기침을 한다. 가족과 떨어진 채 도시에서 혼자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는 약국에서 병원을 가보길 권해도 이러다 떨어지겠지 하며 약으로만 버티는 악바리다. 영화는 피곤에 지친 그녀가 어느 날 동생에 관한 기이한 꿈을 꾸고 곧이어 동생이 실종되었다는 엄마(김보연)의 전화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흥미로운
글: 송경원 │
200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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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신이 떠나고 없는 사회에서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폐공장. 피로 얼룩진 한 소녀가 육중한 철문을 밀어젖히고 나와 미친 듯이 거리를 내달린다. 맨발바닥이 도로에 부딪치는 둔탁한 충격음과 절박한 절규가 허공을 뒤흔든다.
관객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하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의 강렬한 오프닝을 보노라면 꾀를 내어 고래 뱃속을
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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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전작을 뛰어넘은 건 CG뿐
꽤 커다란 붉은 스카프가 하늘을 난다. 그리고 이내, 스카프가 사라짐과 동시에 2시간여 진행된 재난의 여정이 정리된다. 붉은 등대, 다리 위를 흐르는 붉은 빛깔의 휘발유, 그리고 급작스레 화기를 뿜는 라이터에 빨간 원피스를 걸친 소녀까지, 영화 속 디테일이 쌓여 이르는 이른바 레드 계열의 인상은 분명 무언가를 지향하는 듯 보인다. 재난의 예고, 사건의 전
글: 이지현 │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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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한국적 인연’의 낙후성에 신선한 일격
1. 재난영화 가운데는 가끔 재난 ‘예방’이나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는 특이한 작품들이 출현한다. 일찍이 <타이타닉>이나 <노이 알비노이>가 보여주었듯이 이런 이야기에서 강조하는 것은 재난의 성질 자체인데 그것은 단지 갑자기 주어진 것, 하늘이 내린 것, 우연히 마주친 엄청난 재앙으로 나타난다. <해운대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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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상상하게 해 주어 고맙네
기상청에 슈퍼컴퓨터가 도입되고 위성사진이 실시간으로 분석되는 오늘날, 날씨예측과 기후변화 관측은 과학자들에게 가장 도전적인 연구주제가 됐다. 현재 우리나라 기상청의 일기예보 정확도는 84% 정도. 최고의 날씨예측시스템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도 87%를 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시라. 우리나라에서 비나 눈이 오는 날은 1년 365일 중 겨
20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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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역사적 콤플렉스에 대한 정직한 재현
<바더 마인호프>는 서독 ‘적군파’(RAF: Rode Armee Fraktion)를 다룬 역사영화다. 서독 ‘적군파’는 흔히 ‘스튜던트 파워’라 불리는 1960, 70년대 학생운동에서 지하무장투쟁 노선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겼던 한 분파의 이름이며, 경찰과 언론은 그 집단의 제1세대 지도자인 안드레아스 바더와 울리케 마인호프의 이름을 따서 ‘바더
글: 변성찬 │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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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발랄한 실험인가 부주의한 실패인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게는 더없는 공포의 상황이 관객에게는 코미디로 전환되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공포에 이미 코미디가 잠재된 경우, 다시 말해 영화가 공포 속에 코미디를 의도하는 경우가 있고, 영화의 심오한 목적과는 달리 코미디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그걸 괴수영화로 한정짓고 말해보자면 <괴물>은 전자에 속한다. 이 영화가 현실의 비
글: 남다은 │
2009-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