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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사람 인(人)
집 근처에 세워둔 차가 새벽 세 시에 끌려갔다. 행정이 아니라 사업일세, 구시렁거리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저녁에 차 찾으러 가자니 심사가 꼬였다. 그 동네 사는 친구와 선배 커플의 집에 죽치고 앉아 인생이 우울하다며 심드렁한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더니, 이런저런 조언과 함께 “말 잘 듣는 애처럼 뭘 그리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느냐”는 타박도 덤으로 날아왔다.
글: 김소희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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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어린이날을 위하여
서양에서 어른과 구별되는 ‘어린이’란 관념이 발생한 것은 17세기경이었다. 어린이가 어른과 달리 순진무구하고, 그래서 오염되기 쉬운 존재라는 생각이 나타났고, 그 결과 어린이를 어른들로부터 분리하여 교육시키는 새로운 학교들이 생겨났다. 이전에는 아이들이 일을 해야 하는 경제적 대상이었다면, 그때 이후 점점 껴안고 입맞추고 싶은 정서적 대상으로 바뀐다. 그러
글: 이진경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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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가벼움에 대하여
중력에 짓눌려져 땅 위에 붙박힌 우리 몸뚱이는 무게를 가진 존재이다. 반면에 상상력의 세계는 질량 0의 비물질의 세계로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삶 속에서 의식과 관념과 사상과 생각은 65kg 몸뚱이보다 더 무거웠다. 인류는 그렇게 무거운 몸뚱이에 그보다 더 무거운 관념을 쌓으며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를 거쳐, 다시 석유화학
글: 김형태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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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패스트, 푸드
그들은 늘 궁리해왔다. 당신의 식사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그들은 늘 기다려왔다. 당신이 밥을 빨리 먹고 일어서기를. 그들은 늘 모색해왔다. 당신이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그들은 누구인가? 쉿, 비밀이야!내가 본 최초의 패스트 푸드는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를 통해서였다. 기본적인 발상은, 그러니까 노동자의 밥먹는 시간도 아깝기
글: 박민규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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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조건부 화해, <인 더 컷>
건달, <인 더 컷>의 여성 육체가 남성 육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듣다중국인은 여자 셋이 모인 풍경(姦)을 간사하다고 상상했다. 여기 불만을 품은 누군가는 남자 셋이 모인 풍경은 ‘뻔뻔할 뻔’이라고 우스개를 지어냈다. 종종 엿듣게 되는 ‘여자 셋’의 수다는 간사하다기보다 터프하다. 여자가 간사해지는 것은 괜찮은 남자 셋 사이에 혼자 있을 때다.
글: 남재일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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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윈도우]
읽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출판인 임지호의 서평 사이트>
책 읽는 사람보다 책 만드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이는 것 같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가하게 책이나 펴들고 앉아 있다가는 그야말로 ‘한가한 사람’이란 소리 듣기 십상이다. 팔릴 책이란 것은, TV프로그램에서 집중적으로 소개되지 않고서 더이상 불가능해 보인다. 하긴 영화나 음악 따라잡기도 힘든 판에 영화보다 몇 곱절로 시간을 잡아먹을 책이라니. 그런 와중에 독
글: 김성환 │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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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윈도우]
호러에 대한 편견을 버리시라, <그레고리 호러 쇼>
<그레고리 호러 쇼>장르 어드벤처배급 코코캡콤플랫폼 PS2언어 일본어 음성/ 한글자막안개 짙은 숲속에서 길을 잃었던 주인공의 눈에 띈 것은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미소를 띤 늙은 잿빛 생쥐, ‘그레고리’ 소유의 작은 호텔. 옆 침실의 좀비 고양이와 꿈속에 나타난 사신(死神)과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은 자신이 미계의 세계인 그레고리 하우스에 들어섰음을
글: 권은주 │
200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