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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각의 ‘병참학’, <전쟁과 영화>
“단지 죽은 자들만이 전쟁영화의 종말을 봐왔다”라는 (플라톤식의) 말이 있다. <전쟁과 영화>(폴 비릴리오 지음 | 권혜원 옮김 | 한나래 펴냄)라는 제목의 책과 마주할 때, 아마도 우리는 전쟁 자체와 그에 대한 이야기의 항구성을 이야기하는 그런 식의 언급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폴 비릴리오의 이 책을 직접 펴보는 순간 우리
글: 홍성남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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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3천원
한 군인에게서 편지가 왔다. 연두색 봉투가 하도 얌전하여 나도 얌전하게 가위로 봉투를 오리는데 천원짜리 지폐 몇장이 먼저 툭 떨어졌다. 의아해하며 내용물을 펼쳐보니 <어린 신부> 비평문 두장, 따로 자신의 심경을 적은 편지 한장이 들어 있고, 본인의 리뷰가 혹시 <씨네21>에 실리게 되면 한권 보내달라는 메모가 말미에 붙어 있었다. 동
글: 김소희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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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그래도 그들은 살아 있잖아
이달 초, 집에 우환이 있어 한 닷새 정도 신문, 방송, 인터넷을 통 볼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 일을 치르고 나서 보니 세상은 온통 이라크에서의 미군에 의한 포로학대로 시끌벅적했다. 공개된 사진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요즈음 식의 귀엽고 깜찍한 ‘엽기’가 등장하기 이전의 역겨운 ‘엽기’가 컴퓨터화면을 가득 메웠다. 그렇지 않아도 큰일을 치르고 멍해진 내 머
글: 한홍구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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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도감]
귀여움에 대하여
커다란 눈, 갸우뚱거리는 표정, 보들보들한 솜털로 덮인 짧고 통통한 몸에 만화처럼 큰 머리. 강아지와 병아리와 아기곰, 아기코끼리, 동물의 새끼들은 모두 귀엽다. 내 새끼가 아니라도 고슴도치 새끼조차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새끼들은 왜 귀여울까? 꽃들은 왜 예쁠까? 이런 질문이 어디 있어. 새끼니까 당연히 귀엽게 느껴지는 거지, 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겠지
글: 김형태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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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다]
노처녀의 미션 임파서블
‘팔리느냐 안 팔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결혼하고 싶은 여자’ 이신영(명세빈)의 실존적 고뇌다. 32살의 노처녀, 신영은 지금 결혼시장의 냉혹함을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다. 왜냐고? 안 팔리니까. 오랜 연인은 젊은 애한테 뺏겼고, 새로 찜한 남자는 한눈만 판다. 방송기자에 중산층 가정.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그런데도 ‘안 팔린다’. 물론 과년한 탓
글: 신윤동욱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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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꽃과 화분
전시회를 열면 친지들이 꽃을 보내온다. 꽃에 대해서 거의 백치나 다름없는 나도 그 덕에 모처럼 꽃을 가까이 해본다. 오토바이 헬멧을 쓴 꽃집 아저씨가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을 붓글씨로 적은 꽃다발이나 화분을 가져다놓고 인수증에 서명을 받아간다. 화환을 정중히 사절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축하하는 마음을, 또는 감사하거나 애도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글: 안규철 │
200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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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날자, 훨훨 날아보자, <인 더 컷>
“네 몸 속에는 교통경찰이 있어.” 친구가 내게 던진 말이다. 무너져내릴 듯 바스러질 듯하다가도 끝내 망가지지 못하는 나의 희미한 ‘범생이’ 기질을 말함일까. 그 교통경찰의 호루라기를 빼앗고 오토바이 타이어에 펑크도 내고 싶지만, 몸은 매번 제자리다. 그래서 난 더더욱, 변화하는 것들에 넋을 놓는다. 특히 ‘불혹’을 넘은 나이에 무언가에 진정 ‘혹’해버리는
글: 정여울 │
2004-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