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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사람 모가지에 관하여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닭은 잘 안 죽는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역시 죽여본 사람이 잘 죽인다. 20여년 전 “닭 좀 잡아보라”는 제안에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충청도의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선배의 집을 찾았을 때다. 손님을 대접하겠다며 마당에 있는 닭을 잡아 닭도리탕을 해먹자는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옆에서 좀 거들라는 거였다. 오, 노
글: 고경태 │
200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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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당신은 곤경에 처했다!
<나는 곤경에 처했다!>를 보려다가 정말로 곤경에 처했다.
택시를 잡기 위해 거리에 나선 것은 영화 상영 40분 전. 며칠간 머물던 해운대구 중동의 호텔 앞에서 CGV센텀시티까지는 넉넉잡아 15분이었다. 한데 빈 택시가 오지 않았다. 이상했다. 5분, 10분, 15분, 20분… 계속 허탕이었다. 초조했다. 10분 정도 남기고서야 합승을 시도했다
글: 고경태 │
200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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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공주님, 부산에서 봐요
이게 다 공주님 때문이다.
방콕에서 캐주얼 구두를 샀다. 신고 간 운동화로는 공주님을 먼 발치에서조차 알현할 수 없었다. 행사 주최쪽은 ‘엄중한 정장’을 요청했다. 남성은 슈트 상의와 하의의 색깔이 일치하고 넥타이를 매야 했으며, 여성은 무릎 밑까지 내려가는 치마를 입어야 했다. 대충 슈트 상의만 걸치고 간 터라, 현격하게 기준 미달이었다. 아무튼 넥타이를
글: 고경태 │
2009-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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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저녁약속 있으세요?
“일주일에 저녁약속은 몇번이나….”
가끔 그런 질문을 받는다.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리다 “한 2~3회 정도”라고 대답한다. 마감날인 수·목을 제외한 월·화·금에 주로 저녁약속을 잡는 편이다. 그렇다면 ‘저녁약속’이란 무엇인가. 저녁식사만 하고 헤어지는 약속일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그것은 본래의 의미보다 더 확
글: 고경태 │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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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아파서 힘든 영화
그녀는 백혈병에 걸렸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그녀는 암에 걸렸다(무슨 암인지는 모르겠다). 그는 루게릭병에 걸렸다.
우연히도 요즘 ‘심란한 영화’들만 줄줄이 보았다. 개인적으로 심란한 영화란 극중 인물들이 대책없는 병에 걸렸을 때다. 특히 사랑하는 이의 시한부 인생을 지켜봐야 하는 가슴 저린 영화다. 차라리 잔혹하고 끔찍한 살인을 여과없이 보여주
글: 고경태 │
20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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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국’을 사랑하나요?
kill the Gook for God.
얼마 전 20세기 현대사를 다룬 어느 외국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눈길이 멎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 미군의 철모에 적힌 글자 때문이었다. 매직으로 쓴 영어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신을 위해 국을 죽여라”였다. 미군들이 ‘국’이란 말을 널리 썼다는 사실을 익히 알았지만 실제 영상으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었다. ‘국’이
글: 고경태 │
20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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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 푸른제비…
최근 <황금시대>를 통해 영화배우로 ‘데뷔’한 진중권씨는 경비행기 마니아다. 그의 블로그 메인 화면엔 비행기 사진이 크게 떠 있다. ‘논객 진중권’의 날카로운 독설과 함께 ‘비행기 조종사 진중권’의 다소 감상적인 비행일기도 만날 수 있다. 바람과 구름의 변화, 이륙과 착륙의 순간들이 위태롭거나 담담하게 펼쳐진다. 잇따라 대학에서 퇴출당하는 그의
글: 고경태 │
2009-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