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오스카상 시상식은 한국에서 생중계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오스카 무대를 한국에 전달해온 OCN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계를 포기했다. 지난해 얼핏 들은 말에 따르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란다. 중계권 등 비용에 비해서 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일 거다. 하긴 월요일 오전 시간에 방바닥을 굴러다니면서 이 쇼를 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든다.
직업상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라 수소문해보니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볼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이 놀라운 테크놀로지의 신세계는 외국의 방송을 실시간으로, 그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화질로 접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근데 이 기술은 저만 처음 접한 겁니까?). 어렵사리 보게 된 오스카 시상식은 미국 언론과 블로거들이 투덜거린 것처럼 허점이 많았다. 스티브 마틴과 알렉 볼드윈의 진행은 평이한 편이었고(오프닝은 제외!), 남녀 주연상 후보를 소개하러 나온 인물들의 추천사는 다소 닭살스러웠으며, 호러영화에 대한 오마주 프로그램은 이 장르를 오스카가 홀대한 만큼 두서없었고, 나이 어린 시상자들은 하도 버벅거려 안쓰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흠은 핵심이 아니었다. 숱한 스타를 비롯한 할리우드 영화인들이 서로의 공적을 칭찬하고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이 행사는 이번에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로서 손색이 없었다. 쇼 자체의 화려함, 수상자를 예측하는 서스펜스, 수상자들이 만들어내는 감동은 ‘여성을 위한 슈퍼볼’이라는 속칭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제82회 오스카 시상식에 관한 이야기를 애초 예정했던 분량보다 키워 담은 것도 올해 행사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여성감독으로서 처음으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아 오스카 역사를 새로 쓴 캐스린 비글로, 존 휴스 감독을 추모하러 나온 왕년의 청춘스타들, 벤 스틸러의 <아바타> 분장 등 올해 시상식도 여전히 볼 것 많고 짜릿뭉클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지면을 통한 시상식 중계와 올해 시상식의 특징 분석을 담은 이 기사가 ‘오스카 나이트’의 흥분을 어렴풋하게나마 되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물론 기사가 아무리 생생하다 해도 직접 시청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OCN 중계 시절 이무영 감독의 한 박자 느린 해설과 답답하기 짝이 없는 동시통역 자막을 보며 불평을 터뜨리곤 했지만, 아무래도 현재로서는 인터넷보다는 TV가 편한 게 사실이다. 누군가는 미국영화계의 자축행사일 뿐인 오스카에 뭐 그리 연연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현존하는 최고의 TV쇼라는 차원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따져보면 오스카상 시상식의 TV 중계가 재개되는 것을 기대하느니 인터넷 기술이 더 발전돼 자동 통시통역 서비스와 더 좋은 화질의 영상 전송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편이 낫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