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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판타지로 그려낸 소녀의 성장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1)
그것은 잃어버린 부모를 되찾기 위해 몸을 던진 어느 효녀의 고행담이다. 뜻하지 않게 그 여름 밤 신들의 놀이동산을 엿보게 된 소녀의 비밀 일기다. 탈출구를 모르는 수수께끼의 세계에 갇힌 앨리스의 새로운 악몽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가뭄 동안 꼭꼭 문을 걸어두었던 미야자키의 뒷마당에 아직도 넘쳐나는 우물이 있음을 폭로한 기쁨의 고자질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
200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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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판타지로 그려낸 소녀의 성장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
오, 미야자키!이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든, 미야자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활력의 엔터테인먼트는 한여름 밤의 축제에 달려온 온 가족을 즐겁게 해주고도 남는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종이 인형과 뒤엉켜 날아오다 불규칙적으로 펄떡거리는 용은 <스타쉽 트루퍼스>를 괴멸시켰던 거대 곤충들의 활극보다 섬뜩하다. 무너져
200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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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영화 두편 <레퀴엠><파이>의 함수관계
심장의 박동을 강탈해가는 영화, <레퀴엠>은 이렇게 시작한다. 아들(해리)은 어머니(사라)로부터 텔레비전을 빼앗아 밖으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어머니는 그런 아들에 맞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국 아들은 친구(타이론)와 함께 텔레비전을 들고 가 전당포에 팔아먹은 뒤 그 돈으로 마약을 사고, 어머니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유유히
200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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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곽경택 감독의 신작 <챔피언>과 전작 <친구>의 비극성 해부
80년대를 기억하는가? 영화 속의 삼양라면 봉지로 혹은 포니자동차로 ‘묘사’되는 80년대를 말함이 아니다. 80년대를 ‘서술’하는 시대정신을 말하고자 함이다. 문화사적 80년대는 연대기로 치자면 79년 YH여공 사건부터 91년 유서대필사건까지로 구획된다. 그 시대의 정점에 6월항쟁이 있었고, 그 시대의 마지막은 축포처럼 분신(焚身)이 이어지다 자기분열을 맞
2002-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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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더 섬 오브 올 피어스>등 9 · 11 테러 이후 쏟아진 전쟁영화
짐 호버먼/ 영화평론가·<빌리지 보이스>모가디슈에서 아이드랑 계곡을 거쳐 볼티모어의 도심까지, 파괴의 잔해들과 미국 병사들의 시체들로 어지러운 포연 가득한 전장의 풍경을 보라. 지난 22주간의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전쟁 대작들이 전체 1위나 2위를 차지한 것이 무려 7주간이나 된다. <블랙 호크 다운> <위 워 솔저스> &
2002-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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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와 게임의 상관관계, <레지던트 이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성적이다. 존재에는 과거가, 역사가 필요하다. 이는 시간보다는 논리적 인과관계를 의미한다. 존재란 무수히 많은 과거의 집적물로서만 존재한다. 존재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는 분명 존재한다. 그래도 설명은 필요하다. 꼭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존재에는 이유가 있다. 하나의 존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서사구
200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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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미국문화사의 맥락에서 본 <판타스틱 소녀백서>
그때는 무엇이 그리도 괴롭고 심드렁했었는지. 단순과격한 입시교육 시스템과 이해 못할 가정사 사이에서 때로는 똑똑한 체, 때로는 어리버리하던 18살의 나는, 야간자습 준비하라는 해질 무렵에 교문을 나서서 동네를 싸돌아다니다 밤이 깊어서야 가방을 챙기러 되돌아오곤 했다. 실내화를 신은 채 함께 손을 잡고 시장에 가기도 하고 학교 담벼락 밑이나 구름다리에 쭈그리
2002-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