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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음울한 살풍경 <천국의 나날들>
세탁기의 진동음이 음산하게 울리는 가운데, 아름다운 여성이 넋나간 얼굴을 하고 알 수 없는 노래를 읊조린다. “거기 털 많은 창녀야, 너랑 하도 심하게 해서 내 거시기가 너무 아파.”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발 아래로 왈칵 양수가 쏟아진다. 헐떡이는 숨소리는 세탁기 소음에 묻히고, 곁에서 다림질을 하던 여자는 무심하게 다가와 바닥을 훔칠 뿐이다.
글: 김민경 │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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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감사와 용서가 넘쳐나는 삶 <포도나무를 베어라>
<벌이 날다>(1997), <괜찮아, 울지마>(2001)를 만들었던 민병훈 감독은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아닌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세 번째 영화를 완성했다. 수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던 첫 장편영화 <벌이 날다>가 명료한 알레고리와 주제의식을 표출하고 있다면, 세 번째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잎
글: 이현경 │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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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보수적인 ‘불륜’ 로맨스 <리틀 칠드런>
우리 가정의 귀여운 아이들을 정말로 위험에 빠뜨리는 자는 누구일까? 신상이 언론에 공개된 미성년 성범죄자일까? 아니면 그의 집 앞에서 밤마다 고성방가하는 전직 경찰일까 그도 아니면 그 ‘위험인물’이 공공장소에 나타나자마자 대피하듯이 아이들을 서둘러 안고 흩어지는 주부들일까? 토드 필드의 <리틀 칠드런>은 이러한 자성적인 질문을 통해 미국 백인
글: 이창우 │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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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소박한 여황의 일상 훔쳐보기 <더 퀸>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명제에 대다수의 현대인들은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한정된 영역들에는 여전히 특권적 지위를 부여해놓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정치적, 경제적 자유와 평등의 원칙들이 적용되지 않는 것을 용인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유럽의 왕실, 그중에서 현재까지도 상대적으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 영국 왕
글: 김지미 │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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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쇼의 어두운면을 보여주는 쇼 <드림걸즈>
올해 골든글로브 최다부문 수상작인 <드림걸즈>는 25년 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빌 콘돈은 6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그룹 ‘슈프림스’의 활약상을 영화에 맞게 다시 각색했고 뮤지컬 음악을 맡았던 헨리 크리거는 기존의 곡들에 4개의 곡을 새로 추가했다. 여기에 삼인조 여성 그룹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스타, 비욘세
글: 남다은 │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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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글로벌 시대 속 사람들의 ‘마음의 감옥’ <바벨>
<창세기> 11장에 등장하는 바벨탑 이야기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욕구를 비판하기 위해 인용되기도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 오만불손한 건축물을 짓는 인간에게 야훼가 내린 벌 때문에도 자주 언급되곤 한다. <창세기>에 따르면 야훼는 “당장 땅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쓰는 말을 뒤섞어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창세기 11장7절) 했고, 결국
글: 문석 │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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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독자에게]
[편집장이 독자에게] 느림
주간지가 1년에 2번 남보다 좋을 때가 있으니 설과 추석이다. 합본호를 만들고 남들 일할 때 쉬는 달콤한 1주일. 불공평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인쇄소, 우체국, 가판대 등도 설과 추석엔 쉬어야 하니 독자 여러분도 이해하리라. 이번 설 합본호를 만들면서 보니까 2주간 개봉작만 16편이 넘는다. 이미 극장에 걸려 설 연휴까지 이어질 영화들까지 합치면 30편
글: 남동철 │
2007-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