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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스포일러투성이
모든 현상은 ‘힌트’로 시작된다. 뱃살이 늘어진다는 것은 이제 곧 볼살이 찔 것이라는 힌트이고, 첫 문장이 안 풀린다는 것은 그 글을 쓰는 내내 개고생을 할 것이라는 힌트가 된다. 물론 좋은 결과를 암시하는 힌트들도 있지만, ‘결국 넌 망하게 되어 있어~’라고 ‘망할송’을 부르며 우리를 괴롭히는 나쁜 힌트들도 있다. 그리고 늘 머릿속의 암흑파와 싸우고 있는
글: 권리 │
200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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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나이가 죄인가요?
이태원 밤마을 어언 10년. 외로운 주말 밤이면 밤마다 노구를 이끌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밤마을을 다녔다. 친구들은 주말마다 출근도장을 찍는 나를 측은히 여겨서 “체력도 좋다”고 ‘야렸’지만, “체력으로 노냐, 정신력으로 버티지”라고 한번 더 ‘야리’면서 노련한 밤구두는 이태원으로 향했던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얼마 전 밤마을 10년 만에 2번째 부
글: 신윤동욱 │
200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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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개성없는 거리는 슬프다
홍익대 주변을 배회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홍대 앞은 언젠가부터 쿨함을 강요한다고. 약간 어슷하게 쓴 모자나 스카프, 치렁치렁한 목걸이와 스타일리시한 구두 혹은 어깨가 드러나는 끈없는 티셔츠. 이중 하나라도 착용하지 않으면 왠지 ‘젊은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벼룩시장에 가서 기웃거리기는 민망하기보다 괴롭다. 누
글: 권리 │
200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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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사랑이 죄인가요?
사랑이 죄가 되는 나라가 있다. 정말 사랑이 죽을죄가 되는 나라가 있다. 얼마 전 이라크의 14살 소년이 살해당했다. 경찰에 의해. 지난해 이란의 18살, 17살 소년들이 처형당했다. 종교재판에 의해. 소년들의 죽을죄는 서로를 사랑한 죄, 동성을 사랑한 죄였다. 이라크 소년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아흐메디는 가난에 허덕이는 가족을 부양
글: 신윤동욱 │
200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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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산만함의 재발견
두 친구가 대화 중에 사소한 문제로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어깨에 ‘담’이 왔는데….”
“그건 ‘담’이 아니라 ‘쥐’라고 하는 거야.”
“‘쥐’는 다리에 나는 거지.”
“근육이 뭉친 게 쥐라니까.”
두 사람은 ‘네(이버)형님’에게 물어보기로 했고 네티즌은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둘은 삼십분가량 토론을 벌였지만 첨예한 대립 탓에 끝까지 승자를 가
글: 권리 │
200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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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그래도 나는 달린다
이제야 홍길동의 심정을 알겠다. 길동이가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듯, 뼈빠지게 운동을 하고도 운동한다고 말하지 못하고, 헬스를 하면서도 수영을 한다고 말해야 하는 심정을, 그대는 아는가. 운동한 지 어언 3년. 날마다는 아니어도 일주일에 네댓번은 한 시간 반씩 운동을 해왔다. 지난 3년간 달린 거리는 그전의 30년 동안 달
글: 신윤동욱 │
200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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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창] 나의 바보짓
나의 특기이자 취미는 바보짓이다. 이건 자조적일 뿐 자학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이 말은 자위적이다). ‘바보짓’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다. 쉽게 풀이하면 닭대가리 짓이요(전국의 닭님들아, 미안), 어렵게 말하면 형이상학적 부조리와 모순이 어우러져 탱고를 추는 꼴이라 할 수 있다. 홍상수 감독 말마따나 죽은 자들의 찌꺼기가 뭐라 하든, 내가
글: 권리 │
200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