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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위대한 유산><황산벌><내 이름은 김삼순>의 배우 김선아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지만 신인 시절 배우 김선아는 술술 읽히다가 알쏭달쏭한 추신으로 마무리되는 편지 같았다. “위트있고 섹시한 젊은 여배우”로 간단히 정리하고 돌아서려고 하면, “이보쇼!” 하고 슬쩍 불러 세우는 구석이 그녀에겐 있었다. 첫 영화 <예스터데이>에서 김선아는 무지막지하게 강하고 과묵한 형사 메이였다. 그런 그녀가 다른 여자(김
사진: 오계옥 │
글: 김혜리 │
200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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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지구영웅전설> <카스테라> <핑퐁>의 소설가 박민규
몰라 몰라, ‘지구’에다, ‘영웅’도 모자라, ‘전설’이라니! 소설가 박민규의 데뷔작 <지구영웅전설>(2003)을 손에 든 나는 그 원색적인 제목에 탄식했다. <지구영웅전설>은 힘과 돈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슈퍼맨, 배트맨 등 미국산 영웅들로 결성된 슈퍼특공대 말단에 끼어든 한국인 ‘바나나맨’(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의 처량한 회
사진: 오계옥 │
글: 김혜리 │
200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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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레모네이드처럼> <1815> <바람의 나라>의 만화가 김진
십수년 전, <댕기>라는 잡지에서 만화가 김진이 어두운 고교 시절을 회고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가 버렸다고 마음먹었다 치더라도 그건 그냥 버려진 시간이 아니었고, 어느 순간 죽어도 아무 남을 게 없으리라던 외로움들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저가 될 것이다”라고 그는 썼다. 증오도 향수도 풍화된 그 문장에 나는 크게 위로받았다. 김진과
사진: 오계옥 │
글: 김혜리 │
200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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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카덴차의 고수 <올드 미스 다이어리>, <서동요>의 임현식
배우 임현식은 경기도 송추에 산다. 한때 젖소도 길렀던 터에서 지금은 개 여남은 마리와 훤칠한 나무들을 키우며 산다. 아니, 주인의 표현에 따르면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으니 어찌할 수 없이 자라는 것이다. “어젯밤에 말이지, 서리가 내렸어요.” 생면부지의 기자를 대문 밖에 마중 나온 임현식은 자신이나 객의 안부 대신 첫 서리 소식을 인사말로 건넸다
사진: 이혜정 │
글: 김혜리 │
200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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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열번째 영화 <괴물> 찍고 있는 배두나
배두나를 생각하면 스푸트니크호가 떠오른다. 저 바깥세계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어 인간이 쏘아올린 최초의 인공위성 말이다. <플란다스의 개>의 현남, <고양이를 부탁해>의 태희, <복수는 나의 것>의 영미, <굳세어라 금순아>의 금순, 그리고 <린다 린다 린다>의 송. 영화에서 배두나가 연기한 소녀
사진: 이혜정 │
글: 김혜리 │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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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40년 배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안성기
약속 시간 15분 전. 안성기가 온유한 바람처럼 문을 흔들며 들어선다. 본분을 잊고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한산한 카페가 비로소 눈을 비비며 깨어나 카페다워진다. 안성기는 기자와 마주앉고도 들고온 종이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한국·중국·일본·홍콩 4개국 합작영화 <묵공>의 중국어 대사였다. “잠도 푹 잤는데 내가 왜 피곤한가 곰곰 생각
사진: 이혜정 │
글: 김혜리 │
200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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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미소 속에 비친 지독한 도전자, <외출>의 배용준
지난 세밑이었다. <겨울연가> 주인공 준상의 동상이 춘천에 세워졌다는 뉴스를 접했다(알고 보니 남이섬에도 있다고 한다). 당시 화제의 초점은 그 동상이 실물과 전혀 안 닮았다는 점이었지만, 나는 동상이 된 배우의 심경이 더없이 궁금했고 걱정스러웠다. 배용준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커리어 항로를 영화쪽으로 매끄럽게 선회하자마자
사진: 손홍주 │
글: 김혜리 │
2005-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