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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1]
그녀와 그, 그와 그녀 담담(淡淡)한 섬세함으로 공명하다 (1)
소진(消盡). 아주 사라져 다 없어져버리다. 말하자면, 페이드 어웨이. 요즘 고현정의 가슴에 직각으로 꽂혀 있는 단어다. “잘 소진되고 싶어요.” 숱한 밤 혼자 되뇐 다짐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와 나란한 맥락에서, “맑아질 때까지 맑아지겠어”를 올해의 슬로건으로 정했다는 고현정. 그녀가 11월에 만나기
정리: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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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기울이면] 80년대 빈티지 사운드
과거도 이름도 없는 ‘드라이버’가 이웃을 구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는 플롯은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말대로 ‘동화’ 같지만 <셰인>이나 <석양의 무법자> 같은 서부극과도 닮았다. 때론 슈퍼히어로 무비나 쿠엔틴 타란티노, 오우삼의 누아르 같기도 한데 드라이버와 악당이 살인기술자, 혹은 무인(武人)처럼 묘사되는 순간엔 칼잡이의 비정
글: 차우진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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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타인의취향] 농부의 꿈
고등학생 때 내 꿈은 농촌 총각에게 시집가는 거였다. 그때는 농협에 취직하면 농부를 알게 되고, 수협에 취직하면 어부를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음만 먹으면 양촌리 김 회장댁 막내 며느리쯤은 충분히 내 자리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농협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졌으며, 농촌 총각도 농협과 그닥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나의 체력과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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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잡지 표지, 세계 최강의 갤러리
시각예술의 목적과 기능은 단 한점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다종의 목적들을 위해 예술은 제작, 감상되었고, 상이한 목적들이 한 작품 속에 중첩해 발현되기도 한다. 상상력의 표현과 유미주의 추종은 널리 통용되는 예술론일 것이다. 의사소통 수단, 프로파간다 활용, 시각적 오락 제공처럼 다분히 기능성에 비중을 둔 예술론이 차지하는 몫도 크다. 잡지의 표지는
글: 반이정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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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나우]
[유운성의 시네마나우] 예술가/테러리스트
지난 7월 마르세유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된 필립 그랑드리외의 신작이 이후 몇몇 영화제와 특별상영회에서 소개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랑드리외는 영화 이외에 설치미술 및 비디오아트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아방가르드 작가로, 한국에 그의 작업이 폭넓게 소개된 적은 없지만, 장편 데뷔작 <음지>(1999)를 비롯해 <새로운 삶&
글: 유운성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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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진중권의 아이콘] 감각을 건드리는 파편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화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네빌을 살해한 마스크의 사내들이 죽은 네빌의 옷을 벗기며 말한다. “불투명한 알레고리의 애매모호한 증거로서 영지 주변 여기저기에 흩어놓거나.” 이 대사가 영화 전체의 메시지를 암시한다. 영화에서 이 살인의 의미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사태의 의미를 짐작하게 하는 단서들만 “불투명한 알레
글: 진중권 │
일러스트레이션: 정원교 │
201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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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객잔]
[전영객잔] 어처구니없지만 숭고한 어떤 운동
<머니볼>을 보았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는 여자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출루율’이라는 말을 이 영화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몇할 몇푼 몇리로 설명되는 타율도, 실은 지금까지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올해, 이상하게도 롯데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그냥 경기를 틀어놓고 다른 잡일들을 한 적이 많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몰두해서 본 적은
글: 남다은 │
2011-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