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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고전 속에 빛나는 새 세기의 시선, 뤽 베송의 <잔 다르크>
잔 다르크는 거대한 하나의 유혹이다. 15세기 이래로 그녀에 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수정되고, 문학이 되고, 영화가 되고, 심지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것은 프랑스 밖의 이방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1928년 덴마크의 칼 드레이어는 <잔 다르크의 열정>을 완성했다. 프랑스인들은 자신의 영웅을 가로챘다고 분개했지만 이 영화는 곧 드레이어의 대
글: 이상용 │
200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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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여인의 육체, 지식권력을 비웃다, <권태>
“소년의 얼굴을 하고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런 습성을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는 예술가나 과학자를 연상한다. 하지만 스파이크 리의 영화 <정글 피버>에 나오는 한 흑인 목사는 ‘악마’의 정의를 그렇게 내린다.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창의적인 정의였다. 나는 처음에 이 목사가 왜 내가 어릴 때 바람직한 미래의 과학자 상으
글: 남재일 │
200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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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아버지라는 중력, <태풍태양>
나는 아직도 <고양이를 부탁해>를 생각하면 마음에서는 안개가 뭉실뭉실 피어올라 숨이 턱 막힌다. 다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건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슬픔인 것이다. 회색빛 그림 속, 눈빛 하나만 살아 있는 소녀들이 유령처럼, 바람처럼 스쳐지나가고 휑하니 남은 빈 공간을 바라보는 느낌처럼. 카메라도, 소녀들도, 이야기도 참으로
글: 남다은 │
200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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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이명석의 씨네콜라주] 네번의 결혼식, 그리고 또 결혼식
나는 이것이 꿈이라는 걸 뻔히 안다. 그렇지 않다면, 저 크롬 빛깔의 파랑새가 내 눈앞에서 포로롱 춤추고 있진 않을 테니. 그리고 혹시 그것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손을 내민다. 왜냐고? 꿈이니까. 그리고 정말 꿈처럼 파랑새는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작은 부리로 내 손을 쪼지만 나는 놓아주지 않으련다. 그러자 파랑새는 귀여운 입을 벌리고 내게 노래부른다.
글: 이명석 │
200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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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아줌마, 극장가다] 아줌마를 상사병으로 몰아넣은 <반칙왕>
철학하면 뜰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새로 얻은 아줌마는, 요즘 영화만 봤다 하면 그걸 바로 세속철학으로 가공해서 팔아먹고 있다. 근데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장바닥에서 근육을 불렸다면, 아줌마 철학의 헬스클럽은 설거지통 앞이다. ‘반칙왕과 21세기’라는 오늘 강의와 관련해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은, 그러므로 설거지통한테 가서 물어봐야 한다.
자화자찬은
글: 최보은 │
200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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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치정 vs 치정 + α, 그 차이는? <아메리칸 뷰티>
중년의 위기는 새로운 주제는 아니다. 콩가루 집안의 신포도 초상화 역시. 부인은 딴 남자와 눈이 맞았고, 남편은 실업자에다 퉁명스럽고 자기혐오에 빠진 10대 이야기를 처음 들어본 사람? 어머니, 아버지, 아이들이라는 단어 대신 그 여자, 그 남자, 사고뭉치라는 단어가 가득 찬 집의 이미지에 대해서 말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토드 솔론즈의 <해피니스&
200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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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역사에 남을 과실, 2005 칸영화제
프랑스, 칸- 올해 칸에서는 고참들이 그 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쟁부문에서 가장 강렬했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익살스럽고 잔인한 메타 스릴러 <폭력의 역사>는 크로넨버그의 <스파이더>가 2002년 심사위원들에게 무시당했듯 빈손으로 남겨졌다. 도대체 얼마나 좋아야 상을 받을까? <데드 링거>(1988)로 시작해서, 아니
글: 짐호버먼 │
200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