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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종아리에게
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까. 종아리라고 발음할 때마다, 종아리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지 궁금하다. 알고 있는 말 같은데 발음하면 낯설다. 입이 동그랗게 모였다가 벌어졌다가 혀끝이 종아리를 흘려보낸다. 종아리, 종아리, 종아리, 단어는 계속 흐른다. 채호기 시인의 시 <얼음>의 한 대목. ‘물은 중얼거림이고, 얼음은 침묵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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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발에게 건네는 사과
세대를 일컫는 여러 종류의 말이 있다. X나 Y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기도 하고, ‘88만원 세대’처럼 구체적인 액수를 쓰기도 하고, ‘인터넷 세대’처럼 새로운 문물의 이름을 빌려오기도 한다. 참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너는 무슨 세대니?’라고 나에게 (아무도 안 물어봐서 내가 직접) 물어본다면 ‘스니커 제너레이션’(Sneak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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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시간의 구멍을 들여다보며
길 가다 가끔 사람들의 몸을 몰래 볼 때가 있다. 비현실적으로 날씬한 몸매의 여자가 지나가는 걸 볼 때도 있고, 엄청나게 거대한 사람이 뒤뚱거리며 지나가는 걸 볼 때도 있고, 옷 속에서 언뜻언뜻 비치는 깡마른 사람의 뒷모습을 볼 때도 있다. 한 사람의 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나는 몸을 보면서 그 사람의 삶을 상상해보곤 한다. 왜 어떤 사람은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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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시간을 고의로 잃어버렸던 적이 있나요
코언 형제의 신작 <인사이드 르윈>에는 나처럼 좌우대칭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 탄성을 지를 만한 장면이 등장한다. 지질하기 이를 데 없는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가 친구의 여자친구이자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을 하게 된 진 버키(캐리 멀리건)의 집을 찾아가는데, 좁은 복도 끝에는 두개의 문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복도는 어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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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왼쪽으로 달리는 게 안전해
어릴 때부터 시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한창일 때는 1.5와 2.0 사이를 왔다갔다했고, 중간에 잠깐 1.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었지만 군대에서 오랫동안 경계 근무를 하다보니 시력이 다시 좋아졌다. 시력이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얘기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직접 경험했다. 먼 곳에 있는 녹색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컴퓨터나 책을 멀리하고,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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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왼손을 믿어요
<염소의 맛>이라는 만화책 제목을 들은 사람은 대부분 고력양, 즉 동물 염소(goat)를 떠올린다. 뭐야, 흑염소 고아 먹는 이야기인가, 흑염소 맛에 중독된 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흑염소를 먹어치우다가 결국 서로 싸우며 파멸하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이 염소는 그 염소가 아니라 수영장을 소독할 때 쓰는 염소다. “염소의 맛이라니, 웩!!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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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의 바디무비]
[김중혁의 바디무비] 몸의 진풍경을 경험하며
수영장에 처음 발을 내딛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물기로 미끄러운 바닥,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던 사람들의 웅성거림, 알싸한 소독약 냄새,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입장하던 순간의 부끄러움, 머뭇거림, 어디에 서서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난처함, 이 모든 것들이 공감각적으로 기억난다. 1분이라도 빨리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몸을 숨기
글: 김중혁 │
일러스트레이션: 이민혜 │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