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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렇게 멍청한 어른이 되는 거지 뭐
스무살 무렵,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은 죄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까지 어떤 죽음도 겪지 못한 나로선 뭐랄까, 십대가 끝장났는데도 어른이 아니라니(젠장!)란 생각을 했다. 벌 받을 소리지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게 과연 누구의 죽음일지 꼽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참 뒤, 이미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엔 정작 어른
글: 차우진 │
201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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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달콤한 바보짓
두려워지는 게 두렵다던, 그러니까 어딘가에 끼이는 게 두렵다던 여자는 결과적으로 두 남자 사이에서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녀 잘못은 아니다. 그 남자(들)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그럴 때가 된 것이다(어쩌겠는가). 처음엔 호기심, 다음엔 열정과 욕망, 그러는 동안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관계는 저도 모르게, 바람과는 달리 혹은 바람대로 점점 발전하게 되었을
글: 차우진 │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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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즐거우면 됐지 뭘
몇해 전, 윤종신이 <라디오스타>의 MC를 맡을 때 어떤 사람들은 “이건 아니지!”라고 외쳤다(나는 아니었다). 거기서 그는 “교복을 벗고~”를 남발하며 ‘불후의 명곡’인 <오래전 그날>을 농담으로 만들었다. 그걸 보면서 가수나 배우나 어쨌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글: 차우진 │
201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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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길 위의 하룻밤
스물아홉해의 마지막 날, 해남에서 중년 남자를 만났다. 나는 순천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보길도를 향하고 있었고 그는 도보로 전국일주 중이었다. 길에서 만난 그 사내와 반나절을 보내고(전망대 앞에서 인절미도 나눠 먹었다) 점심 무렵 갈림길에서 헤어졌는데 그 기억이 꽤 선명하다. 이십대의 마지막 날을 길에서 만난 사람과 함께 보낸 셈이다. 텅 빈 찜질방에서 혼자
글: 차우진 │
201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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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뜻밖의 순간에 ㅋㅋㅋ
테크놀로지와 내러티브, 여러 관점에서 <맨 인 블랙> 1편의 엔딩만큼 충격적인 영화적 순간도 드물 것이다(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90년대를 대표하는 어떤 영화들처럼 숱하게 회자되던 엔딩이었지만 5년 만에 제작된 2편은 그 재기발랄하고 심오하기까지 했던 철학적 위트가 휘발된 시시한 블록버스터였다. 3편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는데,
글: 차우진 │
20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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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뜻밖의 이름들, 구보타 미나 그리고 하라 유코
애초에 <모모와 다락방의 수상한 요괴들>에 끌린 건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때문이었다. <인랑>을 연출한 감독의 판타지 가족 애니메이션이라니, 참을 수 없었다. 정작 영화는 다소 심심했지만(사실 ‘요괴와 인간의 소통’만큼은 <나쓰메 우인장>이나 <반딧불의 숲>이 더 훌륭하다고 본다), 그래도 충분히 뭉클하긴 했다.
글: 차우진 │
201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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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순간 내 심장이 뛰어 미치게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쉴새없이 떠드는 영화다. 이 작품처럼 대사가 흘러넘치는 한국영화도 드물 텐데 처음부터 터지는 연정인(임수정)의 수다는 극이 진행되며 이두현(이선균)과 장성기(류승룡)와의 삼각구도 안에서 축적되고 폭발한다. 이때 다소 안일하거나 식상한 코미디 코드와 고민없는 결말이 그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하는데, <이층의 악당>
글: 차우진 │
2012-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