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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달콤한 바보짓

<우리도 사랑일까>

두려워지는 게 두렵다던, 그러니까 어딘가에 끼이는 게 두렵다던 여자는 결과적으로 두 남자 사이에서 헤매게 된다. 하지만 그녀 잘못은 아니다. 그 남자(들)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그럴 때가 된 것이다(어쩌겠는가). 처음엔 호기심, 다음엔 열정과 욕망, 그러는 동안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관계는 저도 모르게, 바람과는 달리 혹은 바람대로 점점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기와 이타가 충돌하고, 설렘과 죄책감이 공존하는 그 순간의 복잡함이 <우리도 사랑일까>에는 있다. 여기에는 하나의 관계가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것, 요컨대 익숙한 세계가 부서지고 새로 시작되는 낯선 세계, 그럼에도 다시 그것이 천천히 소멸해가는 과정에 대한 관찰이 담긴다.

그래서 영화의 원제이기도 한 레너드 코헨의 <Take This Waltz>가 흐르는 장면을 놓치지 않길.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도 쓸쓸한 지점이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뭐 사랑이라는 게 보통 그렇지 않은가. 뭔가에 익숙해지고, 새로 발견하고, 차이에 주목하고, 그러면서 천천히 또 그렇게.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달콤한 바보짓을 멈추게 될까. 그래서 가장 좋았던 건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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