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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기계 미학의 전위, 전시공간의 후위
연예정보 매거진 <베니티 페어> 1월호는 세계적 디자이너이자 부호 랠프 로렌의 차고 내부 사진을 공개하며 ‘미술관 같은 차고’라는 표현을 골라 썼다. 그도 그럴 것이 촬영된 전 차종들은 백색 좌대에 올려져 하이라이트 조명을 받은 채 자태를 과시하고 있어서 수장고보단 전시관처럼 보였다. 그가 평생 수집한 클래식 명차는 70여대가 넘는데, 이중에서
글: 반이정 │
201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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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관객에게 '주어진 것'
창작자의 손을 떠난 예술품의 존립이 저 스스로 보장되는 경우란 없다. 창작품, 전시공간, 그리고 관객. 이 균형 잡힌 삼박자로 사물은 예술로 승격된다. 관람이란 가벼운 박수나 탄성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적극 개입과 품평을 통해 관전 대상의 생존을 좌우하는 심판의 형식으로도 표출된다. 그렇지만 미술관 관객의 공격성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축에 속한다. 서사의
글: 반이정 │
201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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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현대적 재앙의 진경산수
자연 경관에서 미적 성취를 인위적으로 조합한 대지미술은 미술관에 갇힌 정태적 조형미에 회의를 품고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환경문제라는 선한 메시지까지 탑재한 대지미술의 활동 무대는 자연 자체였다. 한편 예술가의 간섭없이 자연 스스로 조형적 밑그림을 그리는 ‘사건’도 터져 나온다. 재해가 일그러뜨린 자연 형상을 예술이라 미화하는 이는 없다.
글: 반이정 │
201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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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작전명의 시학(詩學)
지중해에 대기 중인 영미 함정은 3월19일 112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일제히 쏴올려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다. 미군 함정의 발포는 작전명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에 따른 군사행동이다. 제각각 상이한 작전명을 고안한 연합군 각국은 참전 태도상에 편차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카다피의 장기 집권 저지라는 대의에선 같지만 세부
글: 반이정 │
201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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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도상 파괴의 역설(2): 유기체를 담은 무기체
희귀한 구시대 문화유산을 일소하는 야만주의는 도상 파괴(<씨네21> 791호)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도상 파괴의 최고 경지는 지도자급 실존 인물의 현대적 입상 파괴를 통해 정점을 찍는다. 인물 동상의 제작 배후로 단일 권력자를 여러 무기체 복사본으로 연장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본디 전체주의 사회일수록 국가 수장의 입상 복수 개를 공공조형물이
글: 반이정 │
20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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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권력과 애첩(2): 기록물, 소유의 연장
중국 주간지 <차이징> 최신호는 중국 권문세가 10여명이 ‘공동 애첩’으로 삼은 특별한 여성 리웨이의 존재를 폭로했다. 당사자의 연애 상대는 당서기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전부 고관대작이었고, 그들의 보호 밑에서 이권을 챙긴 재산만 수십억위안에 이른다는 보도였다. 성선택(sexual selection)이론은 후손에게 우수한 유전자를 전수할 짝짓기 전
글: 반이정 │
201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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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판독기]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키치의 권능
금단의 땅 북한에 예외적으로 방북하는 남쪽 거물 인사라면 누구건 인상적인 추억거리를 들고 온다.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2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2007년 노무현 대통령, 2009년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일한 초대형 풍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건 북한 명승지를 배경으로 여행객이 촬영하는
글: 반이정 │
201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