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오디세이 새벽’에 따라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연합군 함정.
지중해에 대기 중인 영미 함정은 3월19일 112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일제히 쏴올려 리비아 방공망을 무력화시켰다. 미군 함정의 발포는 작전명 ‘오디세이 새벽’(Odyssey Dawn)에 따른 군사행동이다. 제각각 상이한 작전명을 고안한 연합군 각국은 참전 태도상에 편차를 반영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카다피의 장기 집권 저지라는 대의에선 같지만 세부적으론 셈법이 다르단다. 트로이 원정에 성공한 고대 서사시의 허구적 영웅 오디세이를 차용한 미국은 숙명적인 작전명에 어울리지 않게 리비아 사태에 깊이 연루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설마 무력의 정당성을 확보할 포석일 리 만무하지만 시 제목처럼 다듬은 군사 작전명은 시 본연의 서정미와 달리 물리력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반어적인 함축미를 띤다. 시상(詩想)을 연상시키는 침공 작전명이 세계 전사에는 숱하다. 1991년 총사령관 부시가 지휘한 1차 걸프전쟁의 작전명은‘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아들 부시 주니어가 승계한 2003년 이라크전(2차 걸프전) 작전명은‘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로 은유와 상징보다 집행자의 성품을 닮아 직설적이었다. 공화당이 실권한 뒤 오바마 행정부가 물려받은 이라크 군사행동은 새 국면을 필요로 했다. 2010년 ‘새 여명’(New Dawn)으로 교체된 작전명은 군사지침의 전면 변경까지 포괄한다. 작전명은 선명한 지침과 모호한 암시를 함께 품는다. 시와 닮은꼴이다.
호메로스는 시에 신의 힘이 관여한다고 믿었고, 플라톤은 감정의 고삐를 느슨하게 한다며 시를 비판했다. 의도의 선명한 전달을 지양한 시어는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미화할 때도 쉽게 동원된다. 정상 언어와 달리 운율에 실린 시어는 극소수 결사체의 은신처로 쓰이게 마련. 영화 속 ‘죽은 시인 모임’(Dead Poets Society)도 유사한 취지의 결사체로 등장한다. 시를 빼닮은 작전명도 오직 기획자끼리 통하는 비밀코드를 탑재한 점에서 마찬가지. 작전명은 수행의 성품을 대외에 선전하는 시어로 작명된다. 2011년 일본 지진 피해를 구조할 미군 지원부대의 작전명은 일본어로 친구를 뜻하는 ‘도모다치’(Tomodachi)로, 양국간 우호와 의리를 명시한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체포 작전명인 ‘붉은 새벽’(Red Dawn)은 레이건 시절인 1984년 공산권의 미국 침략으로 3차대전이 발발한다는, 냉전 시나리오를 관철시킨 미국 영화 제목을 그대로 땄다. 붉은 새벽이 허구의 상상력에서 영감을 얻어 적군 수장 체포로 실행한 경우라면 비극 실화의 기록에서 차용해 그 사건의 허구적 재구성물의 대문으로 쓴 경우도 있다. 1980년 광주를 제압한 계엄군의 비공식 작전명은 27년 뒤 그날의 비극을 반어적으로 심화시킨 영화 제목으로 부활한다. ‘화려한 휴가’. 상황 종료된 오늘, 작전명처럼 휴가를 떠난 수혜자는 누굴까? 진압군일까, 시민군일까? 시는 더는 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