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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힐링’이라는 단어에 다 담기지 않는 <블루 아워>의 미덕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를 가운데 놓고 이제 양옆으로 푸른색을 띤 영화들이 있다. 그 영화들은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2017)와 <블루 아워>(2019)다. 3편의 영화들이 칠하는 푸른색의 농도는 짙게 시작하여 옅어진다. 영화가 그리는 그러데이션 속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서있다. 여기서 푸
글: 오진우 │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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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트랜짓'이 현재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과거의 사건을 진행시키는 방식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1944년에 출간된 책 <픽션들>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보르헤스는 가상의 인물 피에르 메나르가 어떻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다시 썼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농담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는, 피에르 메나르가 세르반테스
글: 윤웅원 │
20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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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인비저블 라이프', 멜로드라마가 눈물 대신 피와 땀을 선택했을 때
※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감독 카링 아이노스는 링컨센터에서 열린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인비저블 라이프>를 “열대지방의(tropical) 멜로드라마”로 규정했다.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극적 서사 전개보다 캐릭터에 집중됐던 그의 전작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이 작품의 특징을 담아내기에 이 단어는 아주 적절
글: 김지미 │
202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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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야구소녀'가 던진 젠더 사회학적 의제
※ <야구소녀>의 결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고교 투수 구속 130km/h. 프로에 진출하기엔 아쉽고 포기하기엔 아깝다. 국내 유일의 여성 고교 야구선수 주수인(이주영)은 이처럼 설정부터 경계적 인물이다. <야구소녀>는 이로부터 주수인이 프로 2군에 들어가는 결말까지, 좁은 복도에 선 첫 시퀀스부터 널따란 프로구장 마운드를 딛는 엔딩
글: 송형국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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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사라진 시간' 속 형구의 삶은 왜 바뀌었을까
한 남자가 있다. 그는 경찰이고 아내와 두 아들을 가족으로 둔 가장이다. 거나하게 술에 취한 밤이 지나고 그의 삶이 뒤바뀐다. 이제 그는 초등학교 교사고 아내와 아들이 없는 미혼의 남자다. 남자는 자신을 전자의 인물로 기억하는데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를 후자의 인물로 여긴다. 남자의 설움은 그 간극에서 비롯된다. 영화가 절반쯤 진행됐을 때 등장하는
글: 박정원 │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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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농인과 청인의 다른 문화를 가로지르는 '나는보리'의 성취와 아쉬움
푸른 하늘이 화면 가득 차 있고, 소녀가 조심스레 프레임 안으로 걸어들어온다. 소녀는 좁다란 무언가의 위를 걷고 있는지 양팔을 들어 균형을 잡는데, 흡사 여린 날개를 펼쳐드는 작은 새의 몸짓처럼도 보인다. 아이는 이내 무언가를 보았는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다시 프레임 밖으로 유유히 걸어나간다. 그런데 아이는 어느 곳을 걷고 무엇을 본 것일까.
글: 홍은미 │
2020-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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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파도를 걷는 소년'을 보고 남은 의구심에 대하여
<파도를 걷는 소년>의 기본 공간 배경은 제주도지만, 주인공인 김수(곽민규)를 중심에 놓고 좀더 세분화해서 살펴보면 크게 세개의 장소, 그러니까 인력사무소, 서핑클럽, 김수의 집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저 너머에 이상향처럼 엄마가 살고 있는 중국, 하이난이 (엽서처럼) 있다. 거친 단순화를 용서한다면 공간적 배경으로만 놓고 볼 때 <파도
글: 우혜경 │
20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