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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인간보다 혁명보다 인간! <당통>
안제이 바이다(Andrzej Wajda)는 소수의 마니아들을 제외하면 한국의 영화팬들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이겠다. 그러나 전후 폴란드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한 ‘노동자 영웅’의 부상과 몰락을 통해 현실 사회주의가 노동자를 어떻게 착취하고 버렸는가를 그린 <대리석 인간>(cz owiek z marmuru)이나 연대노조 운
글: 임지현 │
200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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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스무살 청년의 붉은 맹세처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벌써 나이가 들어버린 것일까. 요즘 들어 자주 기억을 잃어버리는 버릇이 생겼다.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인데도 지우개로 지운 듯 이름이나 함께 한 작품이 생각나지 않거나, 1, 2년 전 일인 듯한 이야기도 남들이 상기시켜 줄 때마다 그런 일이 있었나 하곤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기억의 문이 하나둘씩 닫혀 가고 있다고 느끼던
글: 김형구 │
200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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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살아남는다는 것, <칼리큘라>
죽음의 물결이 대학가를 뒤덮던 1991년 봄, 백양로를 걸어가다 우연히 아주머니 한분을 만났다. 그분이 내게 살포시 건네준 A4용지에는 ‘어학교재 비디오 판매’라는 제목 아래 외국 ‘원판’ 비디오목록이 빽빽이 적혀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추천해준 것이 샤론 스톤이 주연한 <원초적 본능> 원판과 <칼리큘라>라는 제목의 테이프 2개짜
200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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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조스보다 무서운 첼로의 공포, <조스>
영화라는 문화가 나에게 다가선 건 비디오라는 기계가 보편화되기 바로 이전부터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그것도 스파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계획하에 몰래보던 비디오, 제목은 전혀 기억에 없다. 다만 그때 친구들과 봤던 작품(?)에서는 여배우들의 풍만한 가슴은 전부 볼 수 있었던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로 인해 지금의 나의 상상력이 풍부해졌을지도 모
글: 최윤상 │
200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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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카라바지오>
데릭 저먼을 맨 처음 만났던 건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도서관에 있던 <가든> LD를 봤을 때였다. 예전에 본 적 없던 새로운 형식에 가장 놀랐고, 화려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회화의 아름다움이 영화에 이런 식으로 녹아들 수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뒤로 데릭 저먼에 대한 관심에 <카라바지오>와 &
200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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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축제, <허공에의 질주>
단 한번의 ‘사인’도 보낸 기억이 없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도 나도 서로가 알고 있음을 알았다. 스무살의 첫사랑, 그는 살뜰한 배필과의 결혼과 번듯한 직장으로의 첫 출근을 앞두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술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는 불쑥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 <허공에의 질주>의 대니 가족에게는 삶 자체가 여행이다. 반전운동 전력으로
글: 정여울 │
200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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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이 `머저리` 같은 남자들, <미저리>
강아지 부르듯 남자가 손짓을 했다. 영화관에서 나오던 사람들이 킬킬거렸다. 나를 ‘미저리’라고 부르는 남자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캐시 베이츠의 연기와 집착에 대해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디디던 나는 남자의 철딱서니없는 장난에 황량한 바람이 일었다.
당시 ‘가로왕창뚱땡이’인 나를 보고 ‘미저리’라고 단세포적으로 부른 것 같지만 그 영화의
200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