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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게임의 일
직업이 직업이라 이틀에 한번꼴로 책을 추천해달라거나, 독서의 효용을 이야기해달라거나, 책 안 읽는 우리 상사와 우리 아이를 설득해달라는 강연 요청 및 구독자들의 메시지를 받는다. 강연을 하러 가서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왜 다른 매체가 아니라 책인지 말해달라는 주최측의 요구에 1시간30분정도를 들여 답한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강연을 마치고
글: 김겨울 │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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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한명도 사라지지 않기를
나는 작은 장학사업을 하고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에서 여학생들의 고등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장학사업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내가 장학생들을 만나러 가지 못한 것이다. 원래 5월에 캄보디아와 베트남에 가서 장학금과 물품 수여식을 하고, 장학생들과 라포(정서적 친밀감과 신뢰) 형성을 한다.
글: 정소연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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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불 끄기
최근 독일 함부르크 예술대학교는 1600유로 상당의 장학금을 걸고 연말까지 총 3명의 대상자를 선발하기로 했다. 장학금 명목은 ‘능동적 무활동’. 즉 지원자는 자신이 선택한 한 분야에서 무엇인가 적극적으로 하지않겠다는 계획을 세워 심사위원을 설득해야 한다. 지원서에는 지원자가 답을 해야 하는 네 가지 문항이 있고 그 항목은 다음과 같다. ‘나는 무엇을 하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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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그 산은 나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최근 뇌병변장애인 작가 일라이 클레어의 책 <망명과 자긍심>에 사로잡혔다. 그는 장애를 ‘당대 사회조직이 물리적·인지적 손상이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아, 그들을 사회의 주류로부터 배제함으로써 야기되는 불이익이나 활동의 제약’으로 정의하는 마이클 올리버의 견해를 소개한다. 즉 “망할 놈의 학교 규칙이 내게 시간을 더 주지 않아서 시험에 실패
글: 오혜진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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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일단 뛰어
몇주 내내 눈치를 봤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면서 창밖을 힐끔힐끔 보다가, 비가 좀 잦아들었다 싶으면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지금을 놓치면 당분간 기회는 없어!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갔다. 뛸 시간이다.
나의 첫 러닝 기록은 201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교환학생을 갔다가 10kg이 불어서 돌아온 바람에 푹푹 찌는 여
글: 김겨울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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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K콘텐츠와 인권의 문제
나는 K팝 콘텐츠를 즐겨 보는 편이다. 즐겁고자 보는 것이니 늘 즐겁기만 하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K팝 콘텐츠를 소비하는것은 때로 불편하고, 죄책감을 자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무례한 중년 남자만큼 싫지만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콘텐츠가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애교(aegyo)다. 애교 콘텐츠란 아이돌에게 아기 혹은 어린이 흉내를
글: 정소연 │
일러스트레이션: 다나 │
202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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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로부터]
당신을 위한 일
P는 차량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OO 요양병원’을 입력했다. 동생에게 연락이 온 건 일주일 전이었다. “아버지가 우리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신대.” 치매로 요양병원에서 생활하시는 아버지가 코로나19로 병원에서 몇달째 면회를 불허하자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줄 알고 걱정한다는 소식이었다. 이 때문에 아버지의 치매 진행이 더 빨라졌고 결국 병원에서는 제한적으
글: 이동은 │
일러스트레이션: 박지연 │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