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분의 팔목에 가느다란 팔찌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한눈에 보아도 재질과 패턴이 정성스러워 보여 보여달라고 하니 팔찌 한가운데 작은 크라운 속 세밀한 바늘이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1960년대 앤티크로, 이베이에서 산 클래식 시계가 장인에 의해 오버홀(분해수리)되어 21세기 한국에서 틱톡거리는 것을 보며 어디서도 주목받는 그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 하나를 보더라도 그가 생각나는 것이 그다운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최애 카페에서 불현듯 다프트 펑크의 클래식이 흐르기 시작했다. 단순한 리듬을 기반으로 선명하게 펼쳐지는 멜로디는 변주되며 확장되어 그들의 빛나는 헬멧을 떠올리게 한다. 아쉬운 해체 소식의 여운이 예술적 공간과 이질적인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부분이 전체의 모습과 같을 수는 없지만, 부분을 보면 그를 떠올릴 수 있다. 일관은 결국 그다움의 원칙을 얼마나 성실히 지켜오는가에 대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나다움을 중시하는 자에게 그냥이라는 것은 없다. 하나의 물건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음악을 고를 때에도 나다움의 원칙을 고수한다.
다음은 당연히 나다운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한 탐색이다. 늦은 밤, 성수동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바이커들의 회합은 저마다 소중하게 꾸민 애마들로 상징된다. 한손에 척 끼운 헬멧과 함께 중심의 카페로 들어서는 그들의 모습에서 ‘Go West’의 기치 아래 용감히 확장하던 미국 서부시대가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심상이 아니리라. 그렇다면 그들은 함께 어디로 향할 것인가.
한창 물이 오르고 있는 관광공사 유튜브의 <Imagine your korea> 영상 중 순천편에 주목한다. “#믹스커피 #호미 #진돗개 #포대기 #막걸리 #인삼주 #부침개 #한옥 #파리채 #몸빼바지 #당산나무 #허수아비 #솥뚜껑 #폴라포 #평상 #돗자리 #메주 인위적인 뉴트로, 레트로가 아닌 자연스레 스며들듯 만들어진 세월의 현명함이 그대로 나온 영상”이라는 댓글이 모든 것을 나타낸다. 지역의 명소에 버릇처럼 쓰이는 8경이 하나도 나오지 않기에 더욱 멋스럽다. 무엇보다 이 동영상이 완성된 것은 다큐로 기능하는 장면의 합이 아니라 함께 덧입혀진 하이어뮤직 소속 트레이드 엘(TRADE L)의 음악이 있기에 가능하다.
메시지가 결합되고 공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섬세한 자기다움의 조율이 종합적인 완성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자신의 메시지를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는 참여의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메시지를 어떻게 벼릴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위 이야기들이 온통 낯선 분들이 속성 과외를 원한다면? 후줄근해 보이는 루스한 트레이닝복에 예전 개그맨을 연상케 하는 단발머리로 예상치 못한 댄스 실력을 보여주는 보스니아 출신 스웨덴 아티스트 살바토레 가나치의 최신작 <Step-Grandma>를 보면 답이 보인다.
결국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