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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잖아,<키즈 리턴>
누가 백수의 특권이 늦잠이라고 했단 말인가?세상은 바쁘게 출근하며 움직이고 유치원 아이들까지 차타고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릴 때까지 이불 속에서 ‘난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누워 있기란 지옥이다. 세상이 끝난 거처럼 내 방에 처박혀 있을라치면… 은하철도 999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정영? 나야.” 남자임에도 가냘픈 목소리. 오호라 오늘 이
글: 김정영 │
200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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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강유원의 이창] 사랑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는 고비를 넘겨 젖히는 가락도 가락이지만 노래말이 참 청승맞다. 심수봉이나 되니까, 아니 산전수전 다 겪은 심수봉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말이요 가락이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가 부르니 노래가 되는거다.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껍질이니 뭐니 필요없다는 거다. 부드러운 사랑만
글: 강유원 │
200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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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경실과 오프라
‘이경실 사태’ 이후 며칠간 나도 공연히 불안했다. TV 밖의 이경실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지만, 터무니없게도 불안했다. 이유는 한 가지. 이씨가 “여전히 남편을 사랑한다”라거나 “그래도 아이들 아빤데” 하면서 그냥 참고 살겠다고 할까봐.오로지 같은 여자라는 인종적 동질성 때문에 과도하게 감정이입해가면서 ‘이경실 사태’를 지켜보니,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에
글: 조선희 │
200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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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이문열
첫 경험의 각인은 놀랍다. 더러는 끈질기기도 하다. 소설의 경우에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무심코 집어든 소설 하나가 우리의 몸에 파고들어 남기는 흔적은 두고두고 옆구리에, 가슴에, 그리고 머리에 흩어져 있게 마련이다. 그 흔적이 어디에 새겨지든 소설을 경험하기에 딱 좋은 때는,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추리닝 입고 뒹굴어도 누가 저리 서
글: 강유원 │
2003-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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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오!샹그릴라
샹그릴라로 떠나기 전에 나는 영화 <샹그릴라>를 보고 싶었다. 동네 ‘으뜸과 버금’에 알아보니 마침 소장비디오 목록에 나와 있다 한다. 하지만 그건 40년대 흑백영화 <샹그릴라>가 아니라 이름만 딴 유사품이었다. 말하자면 ‘생활의 발정’, ‘모텔 성인장’인 셈이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샹그릴라’를 치니 자료가 무진장 뜨는데 대개가 ‘
글: 조선희 │
200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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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물러갑니다
이런 시를 되풀이 읽었다.아픈 친구와 밥을 먹었다. 그의 몸은 삶의 바닥에 닿아 더없이 어두웠다. 어둠의 소용돌이치는 말은 귀를 곤두세우고 몸을 구부려도 알아듣기 힘들었다. 입 안에서 씹히는 음식물 소리가 내 귀를 멀게 한 것인가. 허기를 채우는 동안 그의 어둠은 내 몸 밖에 있었고, 그는 배고픔도 못 느끼는 어둠 속에 있었다.행려병자들이 웅크리고 잠든 분
200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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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
평론가들이 씹게 놔둬!
<해리 포터> 상영관에서 <영웅> 예고편을 보던 딸아이가 내게 귓속말로 “난 저런 영화보다는 <엽기적인 그녀>나 <집으로…>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좋아”라고 말했다. 아니, 이 초등학교 4학년짜리가, 꼭 꽁치만한 것이 지금 자기 취향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엄마는 다 좋아. 이건
2003-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