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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지식소매상 유시민
인터뷰를 일주일 앞둔 토요일, 유시민은 급작스러운 상(喪)을 당했다. 그리고 나도 상을 당했다. 본래 긴 망설임 끝에 허락된 인터뷰였다. 5월 초 그는 회의에 잠겨 있었다. 사람의 말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만남을 주저했다. 어딘가에는 “나는 지금 망명 중이다. 내적 망명이다. (중략) 철골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도시 한가운데 살면서 정신적 유배생
글: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0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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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배우 김혜자
“올렌카는 언제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유형의 여인이었다. 만약 다른 여자의 경우였다면 사람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을 테지만 웬일인지 올렌카를 비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 <귀여운 여인> 속의 두 문장이다. 귀여운 올렌카에게 우주의 중심은 사랑하는 남자에 따라 변한다. 극장주와 결혼
글: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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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볼 때마다, 나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에서 천천히 걷는 아버지들을 생각하게 된다. 누구보다 먼저 깨어나 의복을 추스르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세심한 주의가 종일 호흡처럼 몸에 배어 있으며, 일과가 끝난 뒤 뜨뜻한 정종 한잔을 행복하게 음미하는 노신사.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많은 경우 진실이나, 김동
글: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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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배우 류승범
스무살의 그는 짝퉁 아르마니 티셔츠를 입고 껌을 질겅이며 건들건들 영화 속으로 들어왔다. 고개 숙인 채 치뜬 눈과 궁상맞게 쪼그려 앉은 포즈가 엄청 잘 어울리는 배우구나 생각했지만, 정작 본인은 어울리고 자시고 한 오라기 관심도 없는 게 분명했다. 모처럼 날아차기를 해도 목표물에 미치지도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범은
글: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0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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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시인 김경주
오역이 허우적거리다 머릿속의 종을 울릴 때가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Society)의 제목이 그렇다. 뭐랄까 원제보다 훨씬 시적이다. 팍팍한 우리 교육현실을 이입해서 보는 통에 실제보다 찬란한 영화로 새겨진 한국 관객의 기억과도 썩 어울린다. 시가 마지막으로 일상 화제에 오른 것이 언제더라 더듬으니 부끄럽도록 아득했다.
글: 김혜리 │
사진: 손홍주 │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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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MBC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최초의 24시간 뉴스 채널 <CNN>이 1980년 출범했을 때 한 평자는 “뉴스중독자들을 위한 전일제 전자오락실”이라는 표현을 썼다. 오래지 않아 뉴미디어가 정보의 수문을 열어젖혔고 뉴스가 범람했다. 과거에는 뉴스가 아니었던 소문의 파편들도 홍수에 합류했다. 정보의 풍요를 예찬하는 한편에서, 종일 듣고 보는 데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다는 허기를
글: 김혜리 │
사진: 오계옥 │
20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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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가 만난 사람]
[김혜리가 만난 사람] 영화인 방은진
“나는 카메라와 친해지고 싶었고 나아가 사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그 대상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었기에 그 사랑을 표현할 길은 묘연했고 멀게만 느껴졌다.” 1999년 출간된 <스크린 연기의 비밀> 역자후기에서 배우 방은진이 고백했을 때만 해도 그녀가 그 사랑에 얼마나 집요할 수 있는지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다. 책을 번역한 그해, 한때 ‘제2의
글: 김혜리 │
사진: 이혜정 │
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