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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시와 폭탄
● 서양제든 조선제든 일본제든, 겨자를 주식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절한 자리를 찾은 겨자는 그 톡 쏘는 맛으로 음식 맛을 풍부하게 하고 질림을 막는다. <킬러들의 수다>도 내게 그랬다. 4인조 남성 킬러단의 몽환적 무용담을 따라가며 나는 시간 반 즐거웠고, 내 밋밋한 일상은 적절한 자극을 얻었다. 장진 감독의 장점은 자기갱신력인 것 같
2001-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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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수색 남자, 강릉 여자
● <봄날은 간다>에서 세월은 서울의 수색과 강릉을 잇는 길을 따라 흐른다. 수색은 내게 다소 낯선 곳이다. 내 발걸음이 수색에 닿아본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내게도 수색에 대한 이미지는 있다. 중학교 동창들 덕이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홍은동에 있었는데, 그 학교에 함께 다니던 친구들 가운데 수색국민학교- 그 학교가 지금도 있다면,
200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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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아으 동동다리, 지니실 한분이 없으시도다
● 시네코아에서 <스위트 노벰버>를 봤다. 이 난을 맡은 이래 처음 가본 시사회였다. 시사회장 앞에 서 있던 극장 여직원의 살가움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가 <씨네21> 기자를 사칭한 덕이다. 그러나 영화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스위트 노벰버>는 넬슨 모스(키아누 리브스)라는 광고회사 사원과 새러 디버(샤를리즈 테론)라
200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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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망각하는 자는 속임을 당한다
●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라는 소설의 후기에서 작가 복거일씨는 그 작품이 시간의 압제에 맞서는 사내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 사내가 시간의 압제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억을 통해서다. 소설 속의 동화에 등장하는 한 노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마법성은 기억이다. 아름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아름다움은 다른 사
200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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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섬세한 리버럴, 맘껏 웃다
● <엽기적인 그녀>를 보러 갔을 때, 나는 감기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콧물은 쉼없이 흘렀고, 근육통으로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러나 나는 한 차례의 밥벌이를 위해 심야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내 밤일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내 감기를 낫게 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은 감기를 잊을
200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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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우정의 내용물은?
개봉 이튿날엔가 <친구>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나는 꽤 흐뭇했다. 영화를 보는 데 들인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한편의 시큼들큼한 영화를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나는 이 영화가 잘 빚어진 작품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관객 수의 기록을 경신하리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관객 수의 기록을 경신했다. 내가 예상하지
200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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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vs 건달]
중년의 아저씨가 본 <타인의 취향>, 이 영화는 누구의 취향?
첨에 뭘 본담, 하고 주춤거리는 내게 안정숙 여사는 <쥬라기 공원3>나 <타인의 취향>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녀가 흘리는 눈웃음은 늘 내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나는 <타인의 취향>을 골랐다. 그 영화가 내 취향에 맞을 거라는 예감이 엄습해서가 아니라, <쥬라기 공원3>가 너무 복작거릴 것 같아서였다. 그런
글: 고종석 │
2001-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