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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이와이 순지의 비극을 잉태한 아름다움, <이와이 순지 컬렉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제8번 A단조 K.310>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아침마다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를 들으며 ‘이 얼마나 영롱하고 상쾌한 음악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지극한 슬픔이 배어나오는 음악이었으니, 모차르트는 애상으로부터 투명한 아름다움을 뽑아낸 대가다. 이와이 순지 영화의 첫 기억은 예쁜 장
글: ibuti │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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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서글픈 당신의 삶을 위하여, <애증의 세월>
늦여름의 아침, 누군가가 숲길을 걷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수영복 차림의 네드(버트 랭커스터). 친구 집에 들러 수영하던 네드는 이웃의 풀장을 하나씩 건너며 자기 집으로 간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를 낯설게 대하고, 과거의 기억 뒤로 아픈 상처들이 스쳐지나가며, 결국 그는 가려졌던 사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존 치버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글: ibuti │
200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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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치타와 소년의 우정과 모험, <듀마>
‘듀마’는 스와힐리어로 ‘치타’란 뜻이며, <듀마>를 연출한 사람은 캐럴 발라드다.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도 <듀마>에 대해 짐작이 가능할 듯하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소년과 아버지는 어미를 잃고 헤매던 새끼 치타를 데려다 키우게 되고, 외딴 목장에 살던 소년은 ‘듀마’란 이름의 치타와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글: ibuti │
200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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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소외감을 느끼시나요? <권태>
<권태>를 처음 보았을 때 누군가의 그림이 머리속에서 가물거렸다. 몇년 뒤, 생폴의 식당에서 벽화를 본 순간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페르낭 레제는 그렇게 기억 속에 남게 됐다. 둥근 육체의 온화함과 무표정한 얼굴의 싸늘함이 조합될 때 나오는 기이함과 소외감. 레제의 그림과 영화 <권태>(사진)는 그런 느낌이었다. 소외가 본격
글: ibuti │
200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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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50년대 트렌드 리더, 한형모의 테크닉, <운명의 손>
한형모는 195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인 동시에 트렌드 리더였다. 대중문화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해 매번 새로운 시도를 펼친 그는 당대의 사회문제와 변화하는 여성의 위상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다루곤 했다. 한형모가 <성벽을 뚫고>(1949)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운명의 손>은 호스티스와 여간첩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여자와
글: ibuti │
20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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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유명가수들을 덤으로 보는 즐거움, <쿨!>
범죄소설의 대가인 엘모어 레너드와 영화의 인연은 의외로 <유마행 3:10발 열차>(1957), <옴브레>(1967) 같은 진보적인 서부영화로 시작됐다. 이후 범죄소설로 영역을 옮긴 그는 계속되는 작업에 지치게 되자 1980년대 말에 이르러 각색작업의 중단을 발표한다. 레너드와 그의 소설이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놓이게 된 건 1990
글: ibuti │
200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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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아리송한 주제, 부록 토크쇼로 풀어라, <아이 ♥ 허커비>
<아이 ♥ 허커비>는 데이비드 O. 러셀의 재기가 너무 심하게 나아간 작품이다. <아이 ♥ 허커비>는 모자이크 같다. 하지만 아무리 퍼즐을 끼워 전체를 맞추려고 해도 모자이크는 곧 그리고 자꾸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대사는 혼란스럽고 그 의미는 머리에 전달되지 않으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힘들 지경이다. 실존주의 탐정사무소와 허커비
글: ibuti │
200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