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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송한 주제, 부록 토크쇼로 풀어라, <아이 ♥ 허커비>
ibuti 2005-08-19

<아이 ♥ 허커비>는 데이비드 O. 러셀의 재기가 너무 심하게 나아간 작품이다. <아이 ♥ 허커비>는 모자이크 같다. 하지만 아무리 퍼즐을 끼워 전체를 맞추려고 해도 모자이크는 곧 그리고 자꾸 무너지기를 반복한다. 대사는 혼란스럽고 그 의미는 머리에 전달되지 않으니, 줄거리를 요약하는 게 힘들 지경이다. 실존주의 탐정사무소와 허커비 유통 그리고 열린 우주란 이름의 환경보호단체에 속한 사람들의 주변을 맴도는 <아이 ♥ 허커비>는 우주와 정체성과 자연에 대한 공허한 잡담들로 이루어져 있다. 감독은 본모습을 찾고 싶은 자가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주제라고 말했다지만, 글쎄다. 러셀의 전작인 <디제스터>나 <쓰리 킹즈>가 어수선한 가운데 하나의 결말로 응집됐던 것과 달리 <아이 ♥ 허커비>는 분열과 추락의 예술을 지향한다. 이 정도 화려한 출연진이면 뛰어난 앙상블 필름을 노려봄직한데 그 반대로 걸어간 러셀의 용기가 가상한 작품이다. 한국판 DVD는 두장으로 구성된 미국판 DVD의 부록 중 음성해설을 제외한 정수만을 수록했다. 35분짜리 메이킹필름은 느슨하면서도 경쾌한 현장 분위기를 잘 포착하고 있으며, 그외 삭제장면 및 아웃테이크, 잡다한 홍보영상, 존 브라이언의 뮤직비디오도 놓치기 아깝다. 그중 최고의 부록은 실존주의 탐정사무소란 이름의 쇼다. 비록 가짜 프로그램이지만 천체물리학, 종교학 교수를 불러다 영화의 주제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30분 가까이 논한다.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부록으로 풀어보란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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