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마’는 스와힐리어로 ‘치타’란 뜻이며, <듀마>를 연출한 사람은 캐럴 발라드다. 이 정도 정보만 가지고도 <듀마>에 대해 짐작이 가능할 듯하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소년과 아버지는 어미를 잃고 헤매던 새끼 치타를 데려다 키우게 되고, 외딴 목장에 살던 소년은 ‘듀마’란 이름의 치타와 친구 이상의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야생동물을 계속 곁에 둘 수는 없는 법. 소년은 듀마를 태어난 곳으로 보내기 위해 칼라하리 사막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모험을 시작한다. 여기까지 들으면 대뜸 하품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발라드의 전작들이 그랬던 것처럼 <듀마>는 지루한 가족용 드라마나 아동용 영화를 넘어선다. 발라드는 이번에도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고독한 땅을 가로지르는 아이와 야생동물의 모험담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듀마>의 감동은 배가된다. <듀마>가 발라드의 전작과 다르다면, 그것은 영화가 소년의 내면에 좀더 다가선다는 데 있다. <듀마>에는 질주의 쾌감이나 비행의 환희가 적은 대신 한 소년의 성장이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친구와의 이별, 방랑자와 자신이 몰랐던 세계와의 접촉, 위기의 극복을 경험한 소년은 철없던 소년에서 우정과 용기 그리고 타인과 가족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간으로 변한다. <듀마>는 올해 나온 DVD 중 거의 유일하게 추천할 만한 가족용 홈비디오다. 때마침 추석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확장장면(사진)과 예고편으로 구성된 부록이 아쉽긴 하지만, 뛰어난 풍광과 흥겨운 리듬의 영화음악을 잘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흡족한 DV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