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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프랑스영화 이야기 | 영화의 늪에 빠져 죽어라!
● 1984년 11월 프랑수아 트뤼포가 뇌종양으로 사망했을 때 왕년의 맹우였다가 1973년에그와 서로를 격렬히 비판하는 편지를 주고받은 뒤 결별했던 고다르는 “이제 우리들의 보호막을 잃어버렸다”고 탄식했다고 한다. 고다르의 이러한발언은 절친한 친구였던 고인에 대한 단순한 예우차원의 말만은 아닐 것이다. 돌이켜보면 트뤼포는 누벨바그 감독들이 각자 다른 개성을
20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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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서극이 옛 고지 탈환의 도전장으로 내놓은 <순류역류>
싸움질하는 영화장르의 귀재로 연출이면 연출, 제작이면 제작, 안 걸치는 데가 없는 홍콩영화계의 거물 서극을 가리켜 흔히들 홍콩의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한다. 오우삼을 발굴하고 주윤발을 세상에 선보였으며 이소룡을 재조명하고 킹후를 해고한 서극은, 아닌 게 아니라 제작자로서 만만찮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스필버그보다 브라이언 드 팔마쪽에 가깝지
200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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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엽기와 개그가 도발이라고?
● 글을 쓰기 위해 두번을 다시 보았는데도 주제나 의미를 잡을 수 없었으며 뒷맛도영 개운치 않았다. 사막에서 헤매던 끝에 구정물 한 그릇을 들이켠 기분이 이런 것일까. 감독이 겨냥한 게 관객의 짜증과 불쾌감이었다면 그런대로 성공을 거둔 것 같다. 영화 중반쯤에 감독의 분신으로 보이는 사내가 “깔끔떠는 새끼들은 딱 질색”이라며 거품을 문다. 이 대사가 <
200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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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렉터? 기대하면 후회함!
● 토머스 해리스가 있는 뜸 없는 뜸 다 들인 끝에 <양들의 침묵> 속편을내놓았을 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티븐 킹 같은 사계의 권위자가 한니발 박사를 “우리 시대 소설이 낳은 가장 위대한 괴물”이라고 치켜세우며극찬을 했다. 그러니 그 기대감이 오죽하랴만, 돌아온 렉터의 영화를 목빼고 기다려온 분들이여, 그만 고정하시고 눈높이를 낮추시라.영화판
200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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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아니마와 아니무스의 입맞춤
● “아주 뚱뚱한 여자예요. 머리를 틀어 올리고 있고요. 커다란 옷을 입었어요. 옷이헐렁거리는데 양끝 손은 손이 아니라 불이 막 타올라요. 응… 손으로 자기 배를 막 밀고 있어요, 얍 하면서. 막 화내요….” 이제 막 8살이된 꼬마환자는 대체 이 흐리멍덩한 잉크반점에서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핑클과 이소라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흉내내고, 연극을 하
200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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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고독한 늑대처럼, 얼음같이 미소짓다
● “분명하고 정확한 어떤 것을 가지고서야 부주의한 눈과 귀의 주의를 끌 수 있을것이다.” 영화만들기에 대한 단상들과 메모들, 그리고 때론 불가해한 듯한 인상마저 주는 미끌미끌한 아포리즘들을 모아놓은 로베르 브레송의얇으면서도 미묘한 책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1975)에서 저자의 심중 가장 깊숙한 곳에 놓여 있는 표현을 굳이 하나만들라면
2001-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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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3류 현실과 깡패 신화, 가깝고도 먼
● <파이란>의 무대는 인천이고 주인공은 3류 건달이다. <친구>의무대는 부산이고 주인공은 1류 건달이다. 무대의 이미지와 주인공의 직업은 비슷하지만, 두 영화는 거의 정반대의 길을 간다. <파이란>은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친구>는 신화적이고 추상적이다. <파이란>이 일본소설을 각색했다는 것과 <
200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