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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한없이 다정하지만… 그게 다인가?
감독은 어딘가에서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썼지만, 이 영화는 근간의 한국영화 중 가장 ‘예쁜’(fair)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사랑의 모든 과정 중에서도 뱃속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는, 사랑이 막 시작하려는 순간들을 아주 절묘하게 포착하고 있는 영화다. 오십년을 넘게 혼자 살아온 한 남자와 그의 나이를 딱 반으로 접으면 닿는 곳에 있는
글: 김지미 │
201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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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이 이데올로기, 용서할 수 없다
<용서는 없다>는 기시감이 많이 드는 영화이다. 강병진은 “<그놈 목소리>의 아버지가 <추격자>의 살인마를 만나 <세븐데이즈>의 과정을 겪은 뒤, 결국 <올드보이>의 아버지와 비슷한 파국을 맞는다”로 요약하였다. 그러나 <용서는 없다>가 진정으로 빚진 영화는 <아랑>이다. 십수년
글: 황진미 │
201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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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재현하지만 체현되진 않는다
인간이 상상하는 모든 것은 실재한다. 상상이란 언젠간 실행 가능할 현실의 계획표이며 현존하는 모든 정보의 재조합이다. 때문에 우리는 애초에 전혀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 일찍이 제임스 카메론이 <어비스>에서 구현한 매끄러운 구체의 수중 창조물은 지시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인 것이었지만 지각적으로는 사실적인 것이었다.
글: 송경원 │
201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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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최후의 승리까지 한뼘 더 필요해
현실을 대체한 완벽한 버추얼 리얼리티를 창조하고자 한 욕망은 사실 예술가들의 오랜 꿈이었다. 바로크 시대의 화가 중에 안드레아 포초가 있다. 그가 로마 산 이냐치오 교회에 그린 천장화(天障畵) <신의 불같은 사랑을 전도하는 예수회>(그림1)는 대기원근법, 콘트라스트, 오클루전(occlusion) 등 입체요인들을 총동원하여 2차원 평면 캔버스의
201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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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표면의 아름다움에 혹하다
이미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해변의 여인>의 김중래처럼 종이에 점을 찍어 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고, 점이 있는 공간을 접어 그 점이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를 구분하거나, 혹은 그 경계선인 주름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입체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영화 만들기’, 혹은 ‘이미지 구성’을 이렇듯 점찍기로 환원한다면 대부분
글: 이지현 │
201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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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열혈 감성, 현실의 권태를 뚫어라
*스포일러 있습니다
1990년대, 경제호황의 그늘 속에서 자폐적으로 내성 세계로 파고들던 세기말 소년이 관계에 눈을 돌리고 원망(怨望)이 아닌 원망(願望)의 열정을 품었다. 자기 세계 속에 갇혀 있던 이카리 신지가 무언가가,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있어서 무언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초호기는 동물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에반게리온은 그렇게 신세기를
글: 송효정 │
200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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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클론 아닌 사람 있소?
1. 올해는 SF영화를 좋아하는 나 같은 관객에게 ‘마무리가 행복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디스트릭트9>의 외계인 부자(父子)는 군대를 몰고 꼭 돌아오리라는 무시무시한 약속을 남기고 우리 곁을 떠났다. 이어서 당신도 혹시 프로그램된 클론 아니냐고 섬뜩하게 질문하는 던컨 존스의 <더 문>이 개봉되었다. 안 그래도 거미줄처럼 금 간
글: 이창우 │
200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