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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실망
2045년 지구. 사람이 살 만한 땅이 줄어들고 자원이 간당간당해지자 등장한 주거 형태가 20세기 트레일러 촌을 수직으로 재편한 ‘스택’(stack, ‘더미’라는 의미)이다. 미술가 토니 크랙은 불특정 잡동사니를 육면체로 압축한 설치작품에 같은 이름을 붙인 바 있다. 여남은개의 컨테이너와 트레일러를 대충 쌓아올리고 철골로 간신히 지지해놓은 스택은 위태로울
글: 김혜리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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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추파
스티븐 소더버그의 <로건 럭키>는 극중 대사가 자칭하듯, 블루칼라 인물들이 주도하는 ‘오션스 세븐 일레븐’이다. 레이싱 경기장의 현금을 싹쓸이할 결심을 한 지미(채닝 테이텀)가 냉장고에 붙여둔 십계명은, 다양한 직군 종사자에게도 유용해 보인다. 시험삼아 잡지 기사 작성에 지미의 규칙을 적용해보았다. 1) 쓰기로 결심한다. 2) 취재계획을 세운다
글: 김혜리 │
201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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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서식지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소공녀>의 영어 제목 마이크로해비타트(Microhabitat)는 미미한 서식지를 의미한다. 애벌레에게 거처 겸 식량이 되는 낙엽이나 작은 동식물이 연명할 환경이 되는 통나무 조각이 예다. <소공녀>의 미소(이솜)도 신세지거나 다치지 않고 오직 ‘서식’하고자 한다. 가사도
글: 김혜리 │
201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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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이지 않는 위협
※<팬텀 스레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윌럼 더포가 연기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모텔 매니저 바비는, 얼떨결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 남자다. 관광 모텔의 시설을 관리하고 정비하는 것이 본디 업무 내용이었지만, 불황의 여파로 매직캐슬 모텔이 극빈층의 레지던스로 변하자, 그는 투숙객들에게 일종의 ‘생활주임’이 된다. 보호자들이 일당을
글: 김혜리 │
20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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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흐르다
동계올림픽이 가져다준 또 다른 즐거움은, 여성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TV로 접하는 경험이었다. 안경 너머 예리한 눈, 튼튼한 팔뚝, 안전모에 눌린 머리칼, 포효와 눈물. 강하고 빠르고 정확한 그들은, 평소 우리가 미디어로 접하는 여성상이 얼마나 대동소이했는지 깨우쳐줬다. 다큐멘터리 <피의 연대기>에서 김보람 감독은 여성의 생리를 새롭게 바라보면서
글: 김혜리 │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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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블랙 뷰티
※<블랙팬서>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마블 유니버스에 신대륙을 더했다. <블랙팬서>에서 인물의 동기는 액션의 핑계를 넘어 실제 세계의 이슈와 직결된다. 와칸다인의 패션과 문화도 어슷비슷한 마블 히어로 영화의 프로덕션 디자인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와칸다의 다섯 부족이 모여 티찰라(채드윅 보스먼
글: 김혜리 │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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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아이콘
뮤지션을 꿈꾸는 미구엘(앤서니 곤살레스)이 ‘죽은 자의 땅’(Land of the Dead)에서 마주치는 망자 중에는 화가 프리다 칼로(나탈리아 코르도바 버클리)가 있다. 공동감독 에이드리언 몰리나는 칼로의 캐스팅에 대해 “<코코>는 본인의 예술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끼치는 영향을 배우는 소년의 여정이므로, 멕시코의 예술적 아이콘과 만나는 설
글: 김혜리 │
2018-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