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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미야자키 하야오의 우정, 그리고 식탁의 소멸에 관하여,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후반부, 나츠코를 찾아 탑 안의 세계로 떠나온 마히토는 마침내 히미의 도움을 받아 나츠코가 잠들어 있는 산실에 도착한다. 마히토는 나츠코를 깨워 데려가려 하지만 눈을 엘 듯 춤을 추는 종잇조각이 둘의 접촉을 가로막고, “나츠코 엄마!”라고 외친 마히토는 의식을 잃는다. 종잇조각의 우윳빛 색감이 산실의 적막한 어둠
글: 김신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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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실패사를 지우는 이 자의 정체는, ‘더 킬러’
킬러(마이클 패스벤더)는 타깃(엔드리 휼즈)이 맞은편 건물로 들어서기를 기다리며 명상적 독백을 쏟아낸다. 그중에는 청부살인을 수행하는 킬러 자신의 작업 계율도 있다. 그렇지만 첫 번째 챕터를 지나 여섯 번째 챕터에 이르기까지 그가 벌이게 될 싸움에는 보수가 따르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왜냐하면 <더 킬러>는 타깃 사살 임무에서 실패했으며, 이
글: 유선아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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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하기, ‘너와 나’
<너와 나>를 처음 본 건 지난해 부산영화제를 통해서였다. 때는 2022년 10월 초였고, 이번 극장 개봉을 맞이해 또 한번 영화를 보게 되었다. 관람 시기를 밝히는 이유는 그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처음 영화를 보고 떠올린 사건과, 이번에 다시 영화를 봤을 때 떠올린 사건이 달라졌다. 두 사건 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해
글: 김철홍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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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우리’라는 따뜻하고 연약한 말, ‘우리의 하루’
“뜻을 찾지 마.” 삶은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이며, 진리는 무엇이냐, 묻는 재원(하성국)에게 홍의주 시인(기주봉)이 단호하게 말한다. 무언가를 정의하기보다는 무언가의 표면을 바라보고 느끼고 틈을 내며, 온전히 존재하거나 존재감이 희박해질 때까지 밀어붙였던 방식은 홍상수의 세계를 따라온 관객에게도 체험되어온 양식 아닌가. 그래서일까. 재원이 술기운이 도는
글: 홍은미 │
202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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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몽타주 없는 몽타주, ‘발레리나’
영화 <거미집>에서 김열 감독(송강호)이 집착해 마지않았던 플랑 세캉스(시퀀스 숏)는 이충현 감독의 시작이었다. 데뷔작 단편 <몸 값>을 향한 찬사와 환호는 14분 분량의 러닝타임이 전부 플랑 세캉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롯한다는 데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원조 교제 현장이 실은 장기 매매 장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끝나는 영화에
글: 김성찬 │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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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2023년 추석 시즌, 극장에서 떠올린 상념들,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1947 보스톤>(이하 <보스톤>)은 역사적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거미집>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며,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은 웹툰을 각색했다. 추석 시즌에 개봉한 이 세편의 영화는, 지금의 한국영화가 스토리를 발굴하는 세 경향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세
글: 안시환 │
2023-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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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비평] 죄의식 대신 물질의 흐름에 집중한 시청각적 환상곡, '당나귀 EO'
예지 스콜리모프스키의 놀라운 걸작 <당나귀 EO>를 말하기에 앞서, 이 작품이 두번의 오마주를 거친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당나귀 EO>가 각색한 <당나귀 발타자르>는 로베르 브레송이 도스토옙스키의 <백치>를 각색했다고 밝힌 영화다. 브레송은 <백치>의 주인공 미쉬킨이 당나귀에 관해 말한
글: 김신 │
2023-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