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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3D기술과 고전적 서사가 만났을 때
“왜 내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죠?” 소년의 마지막 말조차 아버지에겐 닿지 않는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말을 풀어놓는 동안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이윽고 대화 아닌 전달이 끝나고 문 밖을 나서는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묻어 있는 지치고 두려운 표정.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 장면은 이웃집 거실이 아니라 드래곤과 바이킹
글: 송경원 │
201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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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이제 다시, 화두는 ‘계급’이다
임상수의 <하녀>는 김기영의 <하녀>의 리메이크작이 아니다. 원안을 대자면 내용 면에서는 김동인의 <약한 자의 슬픔>이, 스타일 면에서는 <그때 그사람들>이 연상되며, 컨텍스트적으로는 ‘21세기 식모살이’라는 화두를 꺼낸 <지붕 뚫고 하이킥!>과 맞닿아 있다. 세경의 사랑이 참혹한 결말로 ‘꿈의 불가능
글: 황진미 │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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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거센 풍경은 그렇게 우리에게 침입하고…
<시>에서 이창동은 패를 다 까고 판에 임하는 도박사와 같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대충 감이 잡히는 상태에서 2시간여를 끌고 가는 뚝심이 경이적으로 느껴질 즈음, 바닥까지 내려간 이야기의 리듬이 서서히 고조되는데, 마지막 20여분 동안 치고 올라오는 고통 속의 마음 출렁임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이 영화의 관점에 따르면 그건 주인공 할머
글: 김영진 │
2010-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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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가부장적 결혼의 권위에 하이킥을
아내가 집 나간 줄도 모르고 장난처럼 이혼을 선언한 남자가 후배와 함께 아내를 찾아다니는 좌충우돌의 코미디 <집 나온 남자들>은 일견 ‘남자들끼리 놀고 자빠진’ 상황을 그린 버디무비이거나 ‘그녀를 하나도 모르고 있었네’를 깨닫는 로드무비 성장담쯤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은 이성애와 결혼의 가치를 부인하는 은폐된 퀴어영화로, 성 정치적 전복성을 지
글: 황진미 │
2010-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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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영화의 실존을 공기인형에 담아
일상에 일정한 리듬을 부여한 채 앵글에 담아내면 그대로 홀연한 현상이 되는 것이 일본영화의 특징이다. <공기인형> 역시 그러하다. 고독한 단독자들의 황량한 공간인 도시를 더딘 리듬으로 패닝하고 여기에 비올라로 백뮤직을 깔면 세계가 눈물이 아릴 만큼 아름다워지는 이미지의 마술. 에이미 만의 매혹적 목소리를 깐 <매그놀리아>의 장면에서처
글: 송효정 │
20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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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그 거대한 질문에 귀기울이라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밀란 쿤데라)
2003년 10월22일, 검찰에 자진 출두한 송두율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그날 저녁 그는 서울구치소에 입감된다. 저녁 어스름, 검찰청 앞, 수사관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채 이송차량으로 옮겨지는 송두율에게, 수많은 기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기자들은 송두율의 모습을 찍기 위해 차
글: 변성찬 │
2010-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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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영화읽기] 우리는 섣불리 답할 수 없다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모습으로 변형되자 가족에게 소외받는다. 그를 의사소통 부재의 상황으로 내몬 것은 흉측한 벌레가 되어버린 그의 외모이다. 삶에서 단 한 가지의 조건이 바뀌었을 뿐인데, 전부가 바뀌었다. 혹은 전부를 알게 된다. 이는 마치 과학자들의 실험 방식과도 같다. 각기 다른 컨디션을 통해 목표한 결과를 유
글: 이지현 │
2010-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