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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숨어 있는 음악
어릴 때는 곧잘 음악을 들으며 공부했다. 어른들은 혼냈지만 나는 때가 되면 음악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고 투덜댔다. 나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였는데 사실, 비효율적이었다. 몇 십분을 제외하고 내내 음악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영화 볼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영화는 음악이 훨씬 더 잘 들리고, 어떤 작품은 다 끝날 즈음에야 음악을 감지하게 된다
글: 차우진 │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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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자꾸자꾸 보고 싶은
난해하다. 원작 소설도, 79년의 TV시리즈도 모른 채 2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운이 상당하다. 일단 배우들. 게리 올드먼과 콜린 퍼스,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디스 민즈 워>의 톰 하디,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마크 스트롱까지 이 영화는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훑게 만든다. 또한 미장센. 영국식 정
글: 차우진 │
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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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씩씩한 그녀의 뒷모습
오케이, <아티스트>가 좋은/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지난 회에 얘기했듯이), 솔직히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위원회가 이 영화에 6개 부문이나 몰아준 건 좀 오버가 아닌가. 그 점에서 개인적으로 꽤 아쉬웠던 작품은 테이트 테일러 감독의 <헬프>다. 물론 이 영화는 21세기에 제작된 1960년대 미시시피 지역 흑인 가정부들의 이야기라는 점
글: 차우진 │
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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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침묵의 마법
<아티스트>의 정서는 순정과 신파다. 뭐 삐뚤어진 내겐 ‘시대에 도태된 주제에 기만 센 남자(예술가)를 위한 낭만적 판타지’로 보였지만. 물론 영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가부장적 내러티브(식민지 조선엔 이상과 금홍이가 있었다)에도 ‘21세기 무성영화’라는 형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물론 이것도 ‘21세기 예술=삽질의 승화’로 보인다만(아아, 어째서
글: 차우진 │
201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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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감동은 사운드를 타고
<퍼펙트 게임>은 잘 만든 스포츠영화다. 최동원과 선동열, 롯데와 해태, 전라도와 경상도, 연대와 고대처럼 뿌리 깊은 한국적 갈등과 80년대의 전설적인 야구경기가 영화적으로 재구성되는 쾌감이 있다. 보수적인 백인 노친네가 아시안 이웃과 마침내 소통하는 것처럼 극적인 변화로 인한 감동도 존재한다. 가상인물 박만수의 동점홈런이 그렇다. 이것은 어쨌
글: 차우진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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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삶을 앓는다
나는 늘 휴양지에서의 삶이 궁금했다. 얼마간 머무르는 것 말고 거기서 태어나고 자라고 사는 사람들의 삶 말이다. 물론 다른 삶, 요컨대 출근하고 욕먹고 야근하고 욕먹는 삶과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지만 아무튼 휴양지니까 뭐가 달라도 다를 게 아닌가. 그래서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맷(조지 클루니)이 “육지 친구들은 내가 천국에 사는 줄 안다. 제정신인가? 하와
글: 차우진 │
201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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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관능이 넘치는 순간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사실 별것 아닌 것에 반하는, 가령 삐져나온 머리칼이라든지 멀쩡한 도보에서 발을 헛딛는 때나 이상한 웃음소리 혹은 사람들 앞에서 졸지 않고 프레젠테이션을 해내거나 노래하는 순간. <치코와 리타>에서는 <Besame Mucho>가 흐르는 때다. 그런데 그 사람과 첫 섹스를 예감하는 순간은 다르다. 사랑에 빠
글: 차우진 │
201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