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다. 원작 소설도, 79년의 TV시리즈도 모른 채 2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운이 상당하다. 일단 배우들. 게리 올드먼과 콜린 퍼스,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디스 민즈 워>의 톰 하디,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마크 스트롱까지 이 영화는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훑게 만든다. 또한 미장센. 영국식 정원과 톤다운 컬러의 슈트, 수동식 타자기와 줄담배와 날렵한 시트로엔 D 스페셜까지. 그리고 음악.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에 어김없이 흐르던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스코어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컨트롤과 스마일리의 은퇴를 뒤쫓는 카메라가 주요 인물들을 스칠 때 흐르는 곡은 <George Smiley>, 관조적이고 우아한 트럼펫 솔로다. 이 선율은 스마일리의 숙적, 칼라의 테마와도 겹치며 둘의 남다른 인연을 환기한다. 한편 엔딩의 크리스마스 파티 곡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La Mer>다. 76년 올랭피아 극장 라이브 버전으로, 오프닝의 주요 인물들이 과거의 모습으로 한번 더 등장한다. 그래서 첩보영화보다는 은퇴한 임원의 피로와 향수의 드라마 같다. 난해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답게 또 보고 싶기도 한데, 79년의 드라마도 궁금해진다. 찾아볼까?